박상오, '정상급 업그레이드' 비결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04 07: 49

52-69.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하지만 종료 3분 30여 초를 남긴 시점에서 그는 악착같이 스틸했다. 그리고 상대 코트로 득달같이 달려가 그대로 림에 통렬한 덩크를 꽂았다.
 
프로 데뷔 169경기 만에 터진 첫 덩크슛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터졌다. 부산 KT 박상오(30·196cm). 그의 기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KT. 그 중심에 바로 박상오가 있다.

▲ 오직 훈련과 연습
박상오는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에이스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탄탄한 체격과 힘을 앞세워 공수에서 보이지 않게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는 타입이었다. KT가 자랑하는 막강 포워드 라인의 한 축이었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에서도 비켜나갔었다. 그랬던 박상오가 올 시즌에는 KT 돌풍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KT에 지명된 박상오는 올해 4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시즌간 평균 8.1점 2.8리바운드 야투성공률 45.9%를 기록했다. 준주전급 선수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주전 자리를 꿰찬 올 시즌에는 평균 16.4점 5.5리바운드 야투성공률 60.3%로 기록이 크게 향상됐다. 국내선수 득점 5위, 리바운드 6위, 야투성공률 2위. 출장시간도 지난 3시즌 평균 19분30초에서 올 시즌 33분46초로 대폭 늘었다.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비시즌 훈련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었다. 여름 동안 지옥 훈련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전창진 감독은 그에게 스몰포워드 변신을 주문했다. 스몰포워드를 위해서라면 스피드가 있어야 하고 외곽슛이 필요했다. 혹독한 체력 훈련으로 체중을 10kg 이상 줄였고, 끝없는 슈팅 연습으로 외곽슛을 길렀다.
 
오직 훈련과 연습만을 통해 줄이고 키울 수 있는 능력치들이었다. 특히 3점슛 성공률이 지난 3시즌간 31.2%에서 올 시즌 48.6%까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 센터 출신답게 미스매치를 활용한 골밑 플레이도 위력적이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박상오의 골밑 공략을 막는 것에 포인트를 둔다"고 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전창진 감독은 박상오의 달라진 비결에 대해 "여름에 열심히 훈련한 결과"라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더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면서 집중력도 향상됐다는 이야기.
 
집중력 향상 뒤에는 전 감독의 불호령이 있었다. 전 감독은 "계속 잘못을 하면 반복으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 혼낸다. 연습할 때부터 실수를 하지 않도록 계속 혼내고 지적한다. 엉뚱한 짓하면 혼난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 자신감과 투혼
야투성공률서도 향상된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플레이가 거침이 없어졌다. 센터 출신답게 1대1로 골밑을 과감하게 공략하고, 상대의 신장이 크면 외곽으로 끌고 나와 외곽슛을 쏘거나 붙으면 돌파한다. 몸의 밸런스가 좋아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능력이 있다. 1대1로 쉽게 막을 수 없는 수준의 선수가 됐다. 팀 선배 송영진도 "(박)상오가 많이 좋아졌는데 1대1 능력이 특히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했다.
박상오의 중앙대 2년 선배인 김주성(동부)도 "대학 때부터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였다. 특히 몸의 밸런스가 참 좋았는데 넘어질 듯하면서도 잘 넘어지지 않는 등 공에 대한 집중력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박상오 스스로도 "넘어지더라도 끝까지 넣으려고 한다. 못 넣으면 아까우니 꾸역꾸역 끝까지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유독 바스켓 카운트가 많은 것도 이처럼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 급성장한 박상오와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한 김주성은 "팀에서 신뢰를 많이 하니까 자신감이 붙은 듯하다. 그 자신감이 좋은 플레이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봤다. 자신감이 더해지자 특유의 저돌성도 배가 됐다는 평.
 
박상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경기를 많이 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를 조금 뛰면 빠른 시간 안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을 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박상오의 말이다.
정신력도 대단하다. 현재 박상오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왼쪽 엄지발가락을 밟혔다. 새카맣게 멍들었을뿐만 아니라 발톱이 들려있는 상태. 시간이 지나야 발톱이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장없이 전경기 출장을 강행하고 있다.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는 것이 박상오의 의지다.
어느덧 KT의 어엿한 중심이자 특급선수로 업그레이드된 박상오.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까지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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