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야구' 류중일호에 주어진 중책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04 07: 17

재미있는 야구란 무엇인가. 성적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있는 야구는 어떤 것인가. 2010년 마지막을 강타한 선동렬 감독의 사퇴가 던져주는 화두다.
삼성은 지난 6년간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417승13무340패를 기록했다. 무승부를 제외하면 승률이 5할5푼1리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 그리고 포스트시즌 진출 5회를 일궈냈다. 2009년에는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직접 키운 젊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SK를 만나 무기력하게 4연패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 야구인은 "우승이라는 기회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런데 감독이 이기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선 감독의 재임 기간 동안 삼성은 꾸준한 성적을 냈지만 재미없는 야구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류중일 신임감독은 성적뿐만 아니라 올드 팬들을 끌어모아야 할 중책까지 맡게 됐다.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삼성은 지키는 야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지난해 5회까지 리드한 60경기에서 53연승 포함 58승2패를 기록했다. 막강 불펜을 바탕으로 수비적인 야구를 펼쳤다. 화끈한 타격보다는 안정된 야구를 추구했다. 칼같이 투수를 교체했고 수비 위주로 라인업을 짰다. 선 감독 체제에서 삼성은 6년간 완투승이 8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선발보다 불펜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경기했다. 삼성 경기는 늘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경기를 이기는 건 좋지만 재미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 감독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이기는 경기는 확실히 이기지만 포기할 경기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김인 사장이 취임식장에서 강조한 '지는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성적뿐만이 아니라 맥빠지는 경기를 줄이고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야구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선 감독 체제에서 삼성의 팀 타율·홈런에서 3위를 한 차례씩 한 것이 고작이다. 시원시원한 공격적인 야구를 보기 어려웠던 건 사실이었다. 마운드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지만 타선의 방망이는 힘이 빠졌다.
때문에 야수 출신 류중일 감독이 팀컬러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선 감독 체제에서 6년간 굳어진 팀컬러를 지금 당장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수구성도 크게 바뀐 건 없다. 하지만 감독의 성향에 따라 선수들의 활용법은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다. 벤치의 작전 비중을 낮추고 선수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한다면 공격적인 면에서 팀컬러가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그러면서 꾸준히 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 승리를해야 재미있는 야구를 완성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을 물려받은 류중일 감독에게 주어진 중책은 그래서 더 무겁다.
류중일 감독은 "팬들로부터 진정으로 사랑받는 구단, 팀워크가 살아 숨쉬는 구단, 근성있는 구단으로 변신하는데 중점을 두고 팀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과연 류중일호가 삼성 야구를 어떻게 바꿀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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