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혁신의 해다. 젊고 역동적인 수원을 만들고 싶다. 이제 우리 팀에 서른 살이 넘는 선수들은 찾기 힘들 것이다".
'냉혹한 승부사'. 지난해 8월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윤성효 감독을 표현하는 수식어다. 숭실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개편해 대학 무대를 평정하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그런 윤성효 감독이 수원에서도 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윤성효의 수원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그는 "2011년은 혁신의 해"라고 말했다. 작년 FA컵 우승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승부사가 드디어 움직이는 셈이다. 4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 삼성의 클럽하우스에서 윤성효 감독을 만나 2011년 구상을 들어봤다.

▲ 2010년은 절반의 성공
작년 수원은 전반기를 최하위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으로 마쳤다. 결국 차범근 전 감독이 시즌 도중 사임을 선택했다. 위기의 수원에 해결사로 등장한 인물이 윤성효 감독. 윤성효 감독은 자신의 지론과 다른 실리 축구로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수원 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윤성효 감독은 작년 성적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잘라 말했다. FA컵 우승을 차지한 것은 분명히 기뻤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는 생각에서다. 수원이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2년 연속 실패한 것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더군다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낙마했다.
윤성효 감독은 "솔직히 FA컵 우승이 기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프로에 데뷔해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은 뒤 "그러나 2년 연속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것은 분명히 실패였다. 절반의 성공이다. 결국 수원의 목표는 K리그 우승이기 때문이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 2011년은 혁신의 해
윤성효 감독은 수원이 2011년 남은 절반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선수단의 개편이다. 당장 구단에 부담을 주는 노장들과 이별이 준비되고 있다. 그 기준은 고액 연봉으로 30살이 넘은 선수들이다.
윤성효 감독이 칼을 뽑으니 선수단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어느새 K리그 주변에서는 '살생부'라 떠돌고 있다. 그 규모는 무려 12명에 달한다. 이운재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서는 이미 새로운 행선지를 결정한 선수들도 있을 정도다.
윤성효 감독은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연봉이 높은 것이 문제다. 이들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고액 연봉을 받으면 최소한 3분의 1은 뛰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렇지 못한 선수가 너무 많다"면서 "이런 선수들은 올해 우리 팀에서 제외하겠다.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10명이 떠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2011년 목표는 K리그 우승
성과가 없는 개혁은 의미가 없다. 윤성효 감독도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윤성효 감독은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정상이 탐나지만 구단과 팬들을 위해서는 K리그 우승을 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성효 감독은 "일단 선수 보강이 중요하다. 이용래와 마토를 영입했는데 앞으로도 9~10명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작년 선수들 중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는 2~3명이 불과할 것이다. 사실상 새로운 팀이 될 수도 있다. 치열한 주전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수원은 강팀으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윤성효 감독이 꿈꾸는 새로운 수원을 완성할 화룡점정은 역시 외국인 선수의 영입. 작년 브라질로 직접 떠났던 윤성효 감독은 이미 영입 리스트를 확정한 상태다.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와 원톱으로 쓸 수 있는 확실한 골잡이를 점찍었다. 아직 영입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교감은 나눴다.
윤성효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했다. 몰리나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영입하는 선수들은 적응만 잘하면 몰리나에 못지않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6일 괌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영입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윤성효 감독은 "팬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올해 급격히 달라질 수원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윤성효 감독은 "일단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러나 수원을 강팀으로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미안한 마음은 경기장에서 보여드릴 훌륭한 경기력으로 되갚겠다. 재밌고 빠른 축구, 그리고 이기는 축구로 팬들의 응원을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ylelomo@osen.co.kr
<사진> 화성=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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