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타고나는 법이다. 재능이 없는 선수를 훈련을 통해 정상권 선수로 만들 수는 있지만 불세출의 선수로 만들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거꾸로 불세출의 선수도 타고난 재능을 믿고 설치다가는 추락하고 마는 게 e스포츠의 현실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재능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하는 게 e스포츠 게이머에게는 숙명일 수밖에 없다.

그런 숙명을 잘 설명하고 실천하는 이가 바로 '황제' 임요환(31)이다. 한때 우승을 밥 먹듯 하던 최정상급 게이머였던 그는 지금 끊임없는 노력으로 30대 프로게이머로 안착하고 있다. 지난해 스타크래프트2로 전격 전향한 임요환. 이제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인 GSL서 2011년 우승을 벼르고 있다.
▲ 전략형 선수에서 운영형 선수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요환은 전략형 선수다. 임요환의 이름 앞을 수식하고 있는 '황제' 이전에 그의 별명은 '살아있는 전략가'였다. 스타크래프트1에서 그는 장기인 신출귀몰한 드롭십 운영을 앞세워 승리를 일궈냈고, 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해 10월 GSL 오픈 시즌2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임요환 역시 전략형 선수였다. 매 경기마다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오면서 상대를 농락시켰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GSL 시즌3서 임요환에게 시련이 닥쳤다. 그의 특출난 전략도 방비를 철저하게 하고 나선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임요환은 32강에서 조기 탈락하는 쓴 맛을 맛봤다. 이런 시련은 그에게 변신을 강요했다. 임요환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며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임요환을 전담 지도하고 있는 성상훈 슬레이어스 코치는 "임요환이 엄청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전략 뿐만 아니라 운영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맹 연습 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터닝포인트, 2010년
지난해 10월은 임요환에게 있어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가 30대 프로게이머로 걸을 수 있는 전제조건인 공군 에이스 입대였던 2006년이었다면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30대 프로게이머로 달릴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이었다.
임요환이 나선 GSL 경기는 기본 VOD 조회수가 100만 건을 가볍게 육박할 정도로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GSL 시즌3 장민철과 박서용의 결승전이 전세트를 도합해 86만 건을 조금 넘었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임요환은 비단 스타크래프트2 리그인 GSL뿐만 아니라 e스포츠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경력과 인기가 돋보이는 선수다. 지금 스타크래프트1쪽에서 '최종병기' 이영호(19, KT)가 11개월 연속 KeSPA 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임요환의 17개월 연속 KeSPA 랭킹 1위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30대 프로게이머로 달릴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2를 선택했지만 임요환의 심리적인 부담도 매우 컸다. 리그 흥행을 책임지고 있다는 무게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압박이 기다리고 있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나선 GSL 시즌2에서는 4강행의 성과를 올렸지만 압박감을 느끼고 난 후 치른 GSL시즌3에서는 32강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서 얻은 결과였다. 하지만 임요환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저 그런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한 교훈을 얻는 과정이기도 했다. 임요환은 GSL시즌3 초기 탈락 이후 크리스마스 연휴와 새해 정초 연휴까지 반납하면서 GSL을 준비했다.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 전향을 향 2010년은 결국 임요환에게는 두 번째 터닝포인트였던 셈이다.

▲ 또 다른 무대 스타크래프트2리그서 새로운 도전
아직까지 GSL서 임요환의 입지는 탄탄하지 못하다. 무조건 16강에 올라가야 차기 GSL 투어 시드를 획득하게 된다. 이 또한 심리적인 부담일 수밖에 없다. 만약 임요환이 4일 열리는 2011 GSL 1st 투어 32강 C조 경기서 떨어진다면 임요환은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임요환의 16강행은 생각보다 낙관적이다. 지난 GSL 시즌3를 통해 전략의 한계를 절감했지만 아직까지 그의 다듬어진 전략은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 또 임요환이 16강행에 성공한다면 스타크래프트1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2 GSL 리그도 또 한 번 흥행돌풍이 가능해 임요환의 활약을 기대케 한다.
성상훈 코치는 "충분히 준비한다면 이번 2011 GSL 1st 투어서 준비만 잘한다면 우승도 어렵지 않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요환의 역할은 비단 개인의 활약에만 그치지 않고 e스포츠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임요환은 그만한 그릇을 갖춘 레벨이 다른 선수이기 때문이다.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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