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무승부를 어찌하오리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05 07: 59

숱한 논란을 낳았던 '무승부=패' 제도가 결국 철폐됐다. 한국프로야구의 팀 순위 결정방식은 벌써 7번째 바뀌었다. 올해로 30주년째를 맞이한 한국야구는 그러나 순위 결정방식을 놓고 여전히 확실한 제도를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 무승부라는 골칫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08년 최초로 끝장 승부를 시행했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현장의 의견을 존중해 12회 연장제와 함께 문제의 '무승부=패' 제도를 도입했다. 무승부를 패로 간주하는 방식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순위 결정방법이었다. 무승부로 인한 느슨한 경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오히려 끝까지 최선을 다해 포기하지 않은 동점 승부가 패배와 똑같이 취급돼 현장의 반발이 컸다. 팬들 입장에서도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결과가 나와버려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8월24일 잠실 LG-두산전에서는 5회 강우콜드 무승부가 돼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패를 떠안는 모순이 연출됐다.
결국 무승부=패배 제도는 사라졌다. 그러나 차선택으로 채택된 일본식 승률 제도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1982~1986년에 이어 1998~2002년 그리고 2005~2007년에 시행된 바 있다. 승수를 승수와 패수의 합으로 나누는 일본식 승률 계산방식에서 무승부는 아무런 영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가정을 할 경우 83승50패(0.624)보다 80승48패5무(0.625)가 승률이 더 높은 모순이 생길 수 있다. 13시즌간 연평균 무승부는 9.7회.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순위싸움에서 무승부가 유리하다는 점은 분명한 맹점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현장에서 주장한 '무승부=0.5승' 제도도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1987년부터 1997년까지 11년간 승수에 0.5승으로 계산한 무승부를 합해 경기수로 나누는 방식이었는데 이 방식 또한 경기 막판 무기력한 승부를 야기했다. 0.5승이라도 하기 위해 지지 않으려는 경기를 하다 보니 수세적이고 재미없는 연장전이 속출했다. 현장에서는 무승부가 0.5승이라도 되어 의미가 있지만 지켜보는 팬들은 스파이크끈을 고쳐 매는 시간끌기식 연장전을 외면했다. 실제로 11시즌 연평균 12.1회로 일본식 제도보다 훨씬 많은 무승부가 나왔다.
모든 스포츠는 승부를 가려야 마땅하다. 끝장 승부가 환호받은 건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의 대전제에 따른 제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한국야구상 여의치 못한 것도 사실. 그러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행했던 2008년 한해 끝장 승부는 단 2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초의 무박2일 경기와 연장 18회 승부는 이런저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따른 후유증은 1군 등록 엔트리 인원을 늘리거나 서스펜디드 경기처럼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승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구란 스포츠는 원래 무승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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