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 트윈스가 5일 저녁 투수-포수조 위주로 사이판 전지 훈련을 떠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당장 출국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지난해 LG 마운드를 지킨 주축 투수 대부분이 아직까지 올 시즌 연봉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LG는 5일 사이판 훈련 참가자 가운데 4일 오후까지 투수 봉중근, 김광삼, 김광수, 이동현, 이상열, 심수창, 경헌호, 그리고 포수 조인성까지 총 8명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8명의 미계약자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이번 겨울 연봉협상부터 LG가 새롭게 도입한 '신연봉제도'로 인해 대폭 삭감된 경헌호, 심수창, 그리고 인상폭이 타자들에 비해 높지 않아 불만을 표출한 김광수, 이상열, 김광삼, 이동현, 봉중근이다.
LG 운영팀은 4일 오전부터 대부분의 선수들을 잠실 야구장 내 사무실로 불러 협상을 가졌다. 일부 선수들과는 늦은 밤까지 계속해서 접촉을 했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로 하여금 도장을 받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답답한 건 LG 박종훈 감독이다. 4일 오후 감독실에서 만난 박 감독은 당장 올 시즌 성적을 내기 위해서 훈련을 떠나야 하는데 선수들이 계약을 하지 않자 혹시나 투수들 훈련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 감독은 "운영팀에서는 훈련에 지장이 없도록 계약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해서 믿고 있다"고 말했지만 "만약 미계약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은 된다"고 말했다.
일단 박 감독은 미계약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미계약자가 한두 명일 경우 이들이 훈련 분위기를 해칠 것을 대비해 한국에 남겨놓고 갈 것이다. 다섯 명이 넘을 경우 전지훈련에 일단 데려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들을 데려가려는 이유가 있었다. 박감독은 "지난해 우리 팀은 투수력이 약했다. 올 시즌 우리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투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며 "미계약자 대부분이 주축 선수들인 만큼 이들이 없으면 곤란하다. 일단 데려가 그곳에서 협상을 하면서 훈련을 소화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LG는 막강한 타선에 비해 투수력에서 열세를 보이며 지난 시즌 롯데와 KIA에 밀려 4강에 들지 못하고 6위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투수력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 감독은 나름대로 부족한 마운드를 보강하기 위해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을 통해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들 위주로 많은 공을 던지게 하면서 자신만의 공을 던지게 했다. "부족하면 채워야 한다"고 말한 박 감독은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다"며 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덕분에 지난 겨울에 비해 실제 전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용인원도 많아졌다. 그러나 LG가 올 시즌 확실한 4강을 위해서는 아직도 투수에서 부족함이 남아있다.
LG 한 관계자는 "일단 연봉 미계약자들까지도 비행기 티켓 예약은 해놨다. 5일에도 만날 것이다"고 말했다. 박종훈 감독도 "떠나기 전 계약을 다 끝내는 것이 최선이다"는 말을 반복했다.
과연 박 감독이 바라는 투수-포수조 모두가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으로 날아갈 수 있을까. 만약 구단과 선수들 모두 4강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면 서로간의 협의를 통해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계약을 마치고 훈련에 지장이 없게 해야 하지 않을 듯 싶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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