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사령탑'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5일 취임사를 통해 "지난해 준우승을 한 만큼 주변에서 우승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신다"며 "초보 감독이지만 선동렬 감독님께 많이 배웠기 때문에 올해 목표는 우승으로 잡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류 감독은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담당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항상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고 털어 놓았다. 기자 회견 내내 "부담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나 승부 근성은 숨길 수 없었다.
1987년 삼성에 입단한 뒤 줄곧 1군 무대를 지켰던 류 감독은 2009년 2군 코치로 활동했던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쉼없이 앞만 보고 달린 그에게 재충전의 기회였다. "아침 일찍 시작하지만 저녁에 시간이 많아 타 구단 경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가끔씩 '아, 이렇게 이길 수도 있구나' 라고 깜짝 놀란 적도 많았단다. 류 감독은 "TV 중계를 놓친 경우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경기 동영상을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 그리고 꼼꼼히 적어놓고 다음날 선수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뒤 "코치직을 그만 둘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당시 3루 코치로 활동했던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9차전서 1점차 뒤진 8회 강명구의 횡사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바 있다. 류 감독은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둘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일까. 류 감독은 올해부터 3루 코치로 나설 예정인 김재걸 코치에 대해 "3루 코치 경험이 없지만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 믿고 맡길 것"이라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김 코치가 선수 시절에 나와 사인을 많이 맞춰 잘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야수 출신 류감독의 마운드 운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류 감독은 김응룡, 선동렬 전 감독의 마운드 운용 전략을 지켜 보며 면밀히 준비했다. 그는 "선 감독님께서 "투수 출신이지만 투수 교체가 어렵다"고 하셨는데 말씀 잘 하셨다. 3루 코치로 활동하며 상대 타자와 후속 타순 그리고 우리 불펜에는 어떤 투수가 있으며 몇 타자를 상대할지 계산해봤다"며 "두 감독님께서 사인을 내면 거의 예상대로 나오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성공 여부도 빠짐없이 적어놨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두 차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 경력도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국제 대회를 보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데뷔 첫 사령탑에 오른 류 감독. 11년간 코치로 활동하며 오늘을 위해 끊임없이 칼을 갈았던 셈이다. 어쩌면 초보 감독이라는 표현보다 준비된 사령탑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 하다.
@chanik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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