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계약 첫 해를 제외하고는 기대치와 어긋났기 때문에 연봉 백지위임을 결정했고 결국 90% 삭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5억 연봉이 5000만원으로 줄어든 박명환(34. LG 트윈스)의 이야기다.
박명환은 지난 4일 지난해 연봉 5억원에서 90%가 삭감된 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역사 상 최대 삭감폭. 2008년 김동수(현 넥센 코치)가 기록했던 73.3%(3억원-8000만원)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꼭 9년 전 대한해협 건너 일본서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 주인공은 현재 야쿠르트 투수코치인 이토 도모히토로 최고 154km의 광속구와 140km대 초중반에 이르는 빠른 슬라이더가 주무기였으나 선수생활 내내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어깨 수술만 세 번을 치르는 등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던 이토는 결국 2001시즌 후 8000만엔에서 1000만엔으로 87.5%의 삭감폭을 수용했다. 이는 2007년 오릭스 방출 후 연봉 5억엔에서 육성선수급 400만엔으로 주니치와 계약한 나카무라 노리히로(라쿠텐) 이전 최대 삭감률로 결국 이토는 2003년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다만 이토의 연봉 삭감은 이유가 있었다. FA 계약 첫 해인 2007년 10승 이후 지난해 4승을 더하는 데 그쳐 삭감 철퇴를 맞은 박명환과 달리 이토의 경우는 구단 측이 마련한 은퇴 권고 및 야쿠르트본사 취업 제안을 거절하고 선수 본인이 현역 생활 유지를 강력히 원해 연봉 대폭 삭감안을 수용한 것. 이토의 대형 삭감폭 속에는 세 번의 어깨수술 등으로 선수 생활이 끝난 투수에 대한 구단의 배려도 숨어있었다.
연봉 대폭 삭감은 선수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연봉은 직전 해의 과오만이 아닌 다가오는 시즌의 기대치를 반영하기 때문. FA 계약 4년 간 박명환이 잇단 부상 등으로 인해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수진 전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LG 상황서 박명환은 꼭 필요한 존재다.
실제로 지난 시즌 박종훈 감독은 박명환에 대해 쓴소리보다는 칭찬을 하려 노력했다. 실점이 다소 많은 경기서도 6이닝 이상 버틸 경우 "맏형으로서 제 몫을 하려 노력한 것은 높이 살 만 하다"라며 칭찬하기도. 투수진 맏형급에 속하는 박명환인만큼 최소한 표면적인 자존심은 세워주려 노력했던 감독의 이야기였다.
또한 박명환은 지난해 4월 24일 한화전서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개인통산 100승을 거뒀다. 그동안 계투로 많은 경기를 출장했던 오상민, 이상열 정도를 제외하고 선발로 올린 통산성적으로 박명환에 필적하는 성적을 올린 선수는 아직 LG 투수진에 없다. 대삭감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나 힘이 남아있다면 아직 투수진에 꼭 필요한 선수임은 팀에서도 자각해야 한다.
또한 윈쉐어(win share)를 새로운 연봉 계산법으로 채택한 LG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윈쉐어는 리드 상황서 선수들의 공헌도를 높이 사는 계산법. 반대로 생각했을 때 경기 중 리드 당하는 시점에서 투수가 쾌투를 펼쳐 승리의 밑거름이 되더라도 리드한 상황서 등판하지 않는다면 윈쉐어로 보는 경기 공헌도는 0이 된다. 자연스레 타자에게 유리하고 투수에게 불리한 연봉 계산법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연봉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투수들이 많은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그 어떤 정신적인 당근 책략마저 없다면 LG는 공격 일변도의 팀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투수력이 배제된 공격만으로 리그 우승 및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예는 드물다. 투수진서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이 된 박명환은 물론 연봉 테이블서 소외되었던 투수들에 대한 의욕 고취책략이 필요한 이유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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