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계의 획을 근 감독 이준익과 강우석의 인연은 남다르다.
이준익 감독은 5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평양성’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강우석 감독을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왕의 남자’(2005년)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평양성’은 1월 27일 개봉하며, 영화 ‘실미도’(2003년)로 한국영화 첫 1000만 관객 신화를 연 강우석 감독의 신작 ‘글러브’는 한 주 앞선 1월 20일 개봉하면서 올해 설 연휴 경쟁을 벌이게 된다.

라이벌이자 오랜 벗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온 강우석 감독과 같은 기간 경쟁을 벌이게 된 것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강우석과 나는 경쟁자가 아니다. 내가 수년 전 어려웠을 때 내 영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해준 은인이다. 그런 친구와 같은 기간에 대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두 영화 모두 성공할 것이다”고 전했다.
제작보고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이준익 감독은 “2003~4년 쯤 외국 영화를 수입하는 일을 하던 시절, 빚이 어마어마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빚이 30억에 달했고, 이렇게 하다가는 내 주위사람까지 모두 망할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어느 날 강우석과 바둑 한 판을 두다가 ‘돈 얼마나 있냐? 30억만 빌려주라’고 넌지시 청했다. 그러자 바로 강우석이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하더니 지금 융통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냐고 묻고는 23억원 정도 가능하다며 바로 빌려주더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이 강우석 감독에게 23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빌리면서 내건 조건은 단 두 개였다고 털어놨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돈은 벌어서 갚는다, 즉 못 벌면 못 갚는다’ ‘이자는 없다’ 두 가지였다는 것.
“두 가지 조건을 쓴 차용증서를 받고 23억을 빌렸다”는 이준익 감독은 “그 후 정말 열심히 영화를 만들어 ‘왕의 남자’가 대박이 나 돈을 한 번에 갚았다. 만약 그때 강우석 감독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망했을지도 모른다”며 강우석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믿음을 전했다.

한편 영화 ‘평양성’은 ‘퓨전 코믹 사극’이란 장르로 3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이준익 감독의 영화 ‘황산벌’ 후속작으로 백제를 멸망시켰던 황산벌 전투 8년 후, 나당 연합군이 고구려를 공격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구려 멸망의 결정적 계기로 기록된 평양성 전투가 한반도를 집어 삼키려는 당나라에 맞서기 위한 신라와 고구려의 연합작전이었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재구성됐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글러브’는 국내최초 청각장애 야구부의 생애 첫 도전을 그린 리얼 프로젝트로 퇴출 직전에 놓인 고집불통 프로 투수가 만년 꼴찌인 청각장애 야구부를 맡아 1승을 향해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 스토리다.
bong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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