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 대패 후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잘 안될 때 필요한 게 감독인데 경기가 안 풀린다고 선수들에게 짜증을 낸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KT는 지난 2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2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3라운드 동부와 경기서 올 시즌 팀 최저 득점을 기록하며 58-77로 완패했다.
KT는 김주성을 가운데에 둔 동부 특유의 3-2 드롭존에 고전하며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KT가 자랑하는 박상오의 포스트업이나 조성민의 2대2 플레이는 번번이 상대의 수비에 막히며 1쿼터를 10점으로 마쳤다. KT는 동부의 질식수비에 가로막혀 턴오버를 무려 17개나 남발하며 6연승에 실패했다.

5일 전자랜드전 승리 후 전창진 감독은 "사실 지난 주말 동부전은 일찍 포기했다. 1,2쿼터에 화가 많이 났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의욕과 자신감을 가지고 준비했는데 경기가 마음대로 안 풀려 선수들에게 화를 많이 냈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잘 안될 때 필요한 게 감독인데 경기가 안 풀린다고 선수들에게 짜증을 낸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높이를 앞세운 동부에 뼈아픈 패배를 당한 전창진 감독은 허버트 힐과 서장훈이 버티고 있는 전자랜드를 상대로 높이의 열세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냈다. 공격시 제스퍼 존슨을 탑으로 송영진을 사이드로 이동시켜 두 장신 센터를 밖으로 유인한 후 조성민의 2대2 공격과 컷인 플레이 등으로 확률 높은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전창진 감독은 "큰 선수들을 외곽으로 빼놓고 시작하는 공격전술을 경기 전날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선수들이 아주 잘해줬다"며 웃었다.
KT는 오는 7일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동부와 다시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전창진 감독은 "동부전 만큼은 다시 똧아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많이 해서 경기하겠다"고 전했다.
경기 후 박상오 역시 "동부전 이후 선수들끼리 비디오를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고 상대의 수비를 무너뜨릴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동부만 만나면 위축되는 면이 있는데 이 점을 극복해야 한다"며 동부전 필승 의지를 전했다.
역대 최소 경기로 신선우, 유재학 감독에 이어 300승 고지에 오른 전창진 감독은 올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히지 못한 KT를 이끌고 전반기를 공동 선두로 마쳤다.
전 감독은 '여우 같은 곰'이라고 불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배짱 두둑한 용장의 모습이지만 안으로는 선수들에게 따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배려하는 섬세함을 가진 모습이 여우를 연상시킨다. 자신도 믿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전창진 감독의 후반기 활약이 기대된다.
ba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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