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싶으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놓은 선수더라. 그나마도 우리나라에서 확실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불과 수일 후면 8개 구단이 모두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는 시기지만 아직 외국인 선수 조합을 완성하지 못한 팀도 있다. 라이언 사도스키-브라이언 코리의 롯데 자이언츠와 코리 알드리지-브랜든 나이트 조합을 구축한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6개 구단은 아직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확정짓지 못한 상태이다.

심지어 두산 베어스는 에이스 켈빈 히메네스를 라쿠텐에 뺏긴 뒤 좌완 레스 왈론드를 포함해 아무도 결정짓지 못한 채 그저 후보를 압축 중. 삼성은 메디컬테스트서 불합격한 가네무라 사토루를 돌려보내고 SK를 떠나게 된 지난해 14승 우완 카도쿠라 겐을 테스트 중이다. 좌완 벤자민 주키치와 계약을 맺은 LG는 최고 160km의 광속 우완 라다메스 리즈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아직 공식 계약 완료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SK와 KIA, 한화는 각각 지난 시즌 활약한 게리 글로버와 아킬리노 로페즈, 훌리오 데폴라와 재계약했을 뿐 또 하나의 카드는 완성하지 못했다. 꼭 1년 전 과반수 구단이 2명의 외국인 선수를 확정짓고 캠프로 떠났음을 돌아보면 확실히 페이스가 느리다.
모 구단 관계자는 그에 대해 "지금은 2명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팀들이 부러울 따름"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윈터리그 등을 통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으나 이들이 국내 리그서 두각을 나타낼 선수가 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괜찮다 싶으면 다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묶여있다. 최근 뜨거운 야구 붐 속에서 국내 선수들의 수준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저 선수들이 만약 국내 무대에 진출한다고 해도 팀의 독보적 에이스나 주포로 확실히 뛰어줄 것이라는 장담은 못하겠다".
특히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팀 중 롯데만이 2명을 확정짓고 준우승팀인 삼성이 경력을 갖춘 우타자 라이언 가코를 영입한 뒤 카도쿠라 재활용을 노리는 것.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수월한 리그 적응 및 호성적이 보장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다. 나이 대비 경력을 고려해 시즌 전 최고 외국인 선수 후보 물망에 올랐던 우완 에드가 곤잘레스(LG)나 호세 카페얀(한화)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곤잘레스는 애리조나 시절 선발 유망주로 로테이션에 가담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애틀랜타 시절 최고 유망주로 손꼽힌 뒤 2004년 밀워키의 괜찮은 마무리로 평가받던 대니 콜브와 트레이드된 경력의 카페얀도 모두 인내심 있고 컨택 능력 좋은 국내 타자들에게 고전했다. 일전 곤잘레스는 국내 타자들의 스타일을 평해달라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리한 볼카운트서도 공을 지겹게 골라내더라. 정말 어렵다"라고 답하기도.
또 하나의 변수도 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비극을 밖에서 바라보는 외국인 선수들 중 일부는 한국을 '마음 놓고 뛰기 어려운 나라'로 꼽고 있다. 지난해 말 한 국내 구단과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던 모 선수는 "연봉을 지금 뛰는 곳보다 더 많이 준다고 해도 안정된 환경서 뛰고 싶다"라고 난색을 표하며 한국행을 꺼렸다.
팀 상황 및 감독의 구미도 외국인 선수 인선에 큰 영향을 끼친다. 두 명 모두 확정짓지 못한 두산은 지난해 뛴 왈론드를 후보군에 포함시켜 놓았으나 김경문 감독이 페넌트레이스 7승에 그친 왈론드에 대해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KIA서 뛴 로만 콜론의 이적 루머가 떠돌기도 했으나 김 감독은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시즌 개막이 점점 가까운 상황서 외국인 선수 퍼즐 두 개를 모두 찾지 못한 팀이 6개 구단에 이르는 현재. 1년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인선인만큼 현재도 스카우트를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의 시선은 다급한 가운데 더욱 뜨겁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에드가 곤잘레스-호세 카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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