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료로 특정 액수가 나와 일을 그르쳤다. 지금은 애매한 상황이다".
2011년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적 시장. 한 시즌을 대비해 각 팀들이 전력을 재정비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각 구단의 프런트들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전지 훈련도 떠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각 구단의 업무량은 시즌 중반보다 더한 상태.
그 중 각 구단들이 가장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한 시즌의 살림을 차리는 선수 영입이 아닐까 싶다. 어떤 선수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팀 색깔을 교체할지 아니면 더 보완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1년을 준비하는 일들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년 농사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것이 이적 시즌에서의 일이다.

이번 이적 시장서 가장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포지션은 바로 골키퍼. 평년에는 가장 경기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격수들의 이적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번 시즌에는 국가대표 출신의 수문장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골키퍼들의 연쇄이동이 점쳐졌다.
대표적인 예로 이운재와 정성룡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둘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 중 이운재는 지난 5일 전남과 계약을 공식 발표, K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수원이 아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남은 선수는 성남 소속의 정성룡. 정성룡은 2006년 이전 입단자이기 때문에 FA임에도 이적료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선수 본인도 고액의 연봉을 원하기 때문에 정성룡을 원하는 구단에서 지불해야 할 돈은 엄청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로 하는 구단은 있었다. 바로 전북.
이에 최강희(52) 전북 감독이 입을 열었다. 지난 6일 전주 구단 사무실서 만난 최 감독은 "정성룡을 영입하고자 시도한 것은 분명하다. 에이전트와 구단이 논의를 한 바 있다"며 정성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 감독은 2011시즌 골키퍼 운영에 대한 계획은 세 가지였다고 했다. 첫 번째는 그냥 그대로 가기로 김민식을 비롯해서 홍정남 등 구단 내에 존재하는 다른 선수들을 골키퍼로 기용하는 것. 두 번째는 경험 많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으로 이운재를 영입할까 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세 번째가 정성룡 영입이었다.
세 가지 계획 중 최 감독이 정성룡을 영입하고자 한 이유가 있었다. 최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한다면 김민식 등 젊은 골키퍼를 기용했을 것이다. 리그서 한두 경기 망치면 어떤가? 그 선수들은 경험만 있다면 성장할 선수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만 AFC 챔피언스리그는 한 경기를 망치면 일년을 버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경험있는 골키퍼가 필요하다고 구단에 이야기한 것이다"며 정성룡을 영입하고자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성남 측과 정성룡의 이적에 대한 이야기는 중지된 상태라고 했다. 최 감독은 "서로 조율 중에 있었다. 선수를 영입하는 데 한두 푼이 드는 것이 아니라 구단의 결재 라인 등을 거치는 복잡한 단계에 있었다. 그러나 이적료로 특정 액수가 나오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고 전했다.
최 감독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큰 선수가 움직이려면 많은 일들이 원만하게 되어야 하는데, 지금 현재는 애매한 상태가 아닐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며 "(전북 측 일이 잘 풀린다면) 우리는 (구매자로서)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본인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기다려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의 한 관계자는 정성룡 영입 시도와 관련해 "특정 액수가 흘러나왔는데 비슷하지도 않은 액수 때문에 골치만 더 아파졌다"며 정성룡의 이적 추측액이 실제 금액과 거리가 멀다고 암시함과 동시에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음을 표했다.
전북은 오는 10일 저녁 브라질로 떠나 약 1달 동안 2011 시즌을 대비한 전지 훈련과 함께 현지 팀들과 연습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전주=허종호 기자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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