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체제가 구축됐다. 더 이상 보장된 자리는 없다. 오직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한화가 마운드 새판짜기를 선언했다. 한대화 감독은 "마운드는 완전 새판짜기다. 선발도 하는 것 보고 정할 것이다. 류현진-훌리오 데폴라 말고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류현진과 데폴라를 선발 원투펀치로 짰을 뿐 나머지 자리 주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오직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무한경쟁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한대화 감독은 몇년째 성장이 더딘 양훈 유원상 김혁민에게 경고장을 던졌다. "양훈 유원상 김혁민은 이제 안심 못한다. 걔들이 작년처럼 한다면 1군에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 한 감독의 말이다. 양훈 유원상 김혁민 모두 가능성을 인정받고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 언제까지나 이들에게 목매달 수 없다는 점에서 한 감독의 경고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감독이 이처럼 투수들을 무한경쟁 체제로 몰고 간 것은 군제대 선수들의 가세가 컸다. 2007년 입단했던 언더핸드 정민혁과 우완 최진호가 나란히 군에서 제대한 뒤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한 감독은 이들은 '고만고만한 투수들'이라고 지칭했지만 내심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한 감독은 "쓸만한 투수들이 가세해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남은 외국인선수 한 자리도 투수로 채운다. 당초 야수를 뽑을 계획이었으나 마운드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투수 쪽으로 급선회했다. 한 감독은 "작년에 팀 평균자책점이 꼴찌였다. 타율도 꼴찌였지만 한 쪽이라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왼쪽 중간이 박정진 하나뿐이다. 작년 후반에 역전당한 경기가 얼마나 많았나"라며 새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마운드가 두터워지면 '괴물 에이스' 류현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지난해 류현진은 7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무려 23차례였다. 등판하면 한 경기를 거의 책임졌다. 투수사정이 여의치 않아 류현진에게 많은 이닝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은 "지난해는 점수차가 많이 나지 않으면 류현진을 계속 기용해야 했다. 중간투수들이 강해지면 류현진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화 마운드는 1~2선발 류현진-데폴라 그리고 중간 박정진과 마무리 외국인 투수 정도가 그려진 밑거름의 전부다. 슈퍼루키 유창식에 대해서도 한 감독은 "선발로 생각하고 있지만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유보했다. 나머지 자리는 모두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결정된다. 윤규진 양훈 유원상 김혁민 안승민 장민제 허유강 정재원 이동현 유창식 등이 경쟁자리에 놓여 있는 후보군. 한용덕 투수코치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며 하와이 스프링캠프를 벼르고 있다. 한화 마운드의 새판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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