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였으면 좋았을 텐데" 양준혁이 말하는 이승엽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07 10: 45

"나의 생각과 마인드를 바꾸게 한 친구가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이승엽이다".
 
'양신' 양준혁(42)은 괜히 인기강사가 아니었다. 18년의 프로선수 생활과 32년의 야구인생 동안 쌓아온 수많은 내공은 어린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양준혁은 지난 6일 충남 예산 덕산스파에서 열린 2011년 프로야구 신인선수 교육 현장에 나타났다. '위기에 맞선 담대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1시간넘게 강연했다. 은퇴 후 기업과 학교로부터 끊임없이 강의 제의를 받으며 바쁘게 오가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야구 후배들 앞에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양준혁은 이승엽(오릭스)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2002년 처음 3할 타율에 실패한 이후 만세타법을 계발했다. 42살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며 "원래 저의 생각과 마인드를 바꾸게 한 친구가 딱 하나 있다. 그게 이승엽"이라고 운을 뗐다.
 
양준혁은 먼저 이승엽과의 인연을 꺼냈다. 이승엽을 자신의 7년 후배라고 소개한 그는 "원래 (이)승엽이가 투수로 입단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내가 1루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짧은 거리를 송구하는데 부담이 있었다. 도저히 1루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감독님께 외야로 전향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래서 1루 자리가 비었고, 투수를 하던 승엽이가 타자로 전향해서 1루를 보게 된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런 이승엽을 다시 보게 된 것은 그의 지독한 연습자세였다. 양준혁은 "나도 후배들의 타격 지도를 많이 해본다. 그런데 가르쳐주면 30분 있다가 잊어 먹는다. 하루가 지나면 새카맣게 잊어 버린다. 그러나 승엽이는 하나를 가르치면 다음날에 3~4개를 습득해서 온다. 선배가 이야기한 것을 나름대로 생각하고 연구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때부터 '이 친구는 참 잘되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지난 1999년 이승엽이 54홈런을 친 뒤 외다리 타법을 포기한 건 익히 알려진 이야기. 양준혁은 "승엽이가 폼을 바꾸길래 '왜 50홈런을 친 폼을 바꾸나' 싶었다. 참 희한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승엽이는 50홈런을 쳐도 폼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승엽이를 바라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3할과 20홈런이면 그런대로 최고 소리를 들었다. 그게 최고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자만이었다. 승엽이는 홈런 30개 칠 때 40개, 40개 칠 때 50개, 50개 칠 때에는 또 60개 치려고 한 선수다. 그래서 롱런하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승엽과 같은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 그리고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잘할 때일수록 더 높은 고지로 가야 한다. 보통 산에 오르면 바로 내려올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 단명한다. 승엽이처럼 더 큰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이 양준혁의 말. 그는 "승엽이는 4타수 무안타를 친 날에는 경산 훈련장에서 밤새도록 2~3시까지 코치를 불러서 스윙하고 연습한다. 그런 친구는 승엽이 한 명밖에 못봤다"며 "그렇게 하니까 대단하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야구를 잘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힘줘 말했다.
 
양준혁은 "승엽이가 7년 후배이지만 선배였으면 참 좋았을 것이다. 그런 선배를 진작 만났으면 나도 일찍 깨우쳐서 홈런 40~50개도 쳐봤을텐데 그나마 늦게라도 깨우쳐서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었다"며 "지금 승엽이가 슬럼프에 빠져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제일 크고 야구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의 확신에 찬 어조에서 2011년 이승엽의 부활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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