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후나하시 겐조 일본 통신원]"도쿄에는 제가 지은 건물이 몇개 있어요".
지난 시즌 한국무대에서 뛰었던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출신 오카모토 신야는 도쿄시내를 다닐 때마다 실업단 시절에 자기가 지은 건물들을 바라본다. 공식등록된 팀만으로도45000팀을 넘는 사회인야구. 팀수가 4000개을 넘는 고교야구, 그리고 3개의 리그가 있는 독립리그를 비롯해 야구판의 저변이 넓은 것으로 유명한 일본야구. 그 넓은 저변중에서 최고봉에 위치하는 리그가 실업야구다.

실업야구는 지금까지 메이저리거 노모 히데오, 후쿠도메 고스케, 그리고 일본 국가대표의4번타자를 맡았던 ‘3광왕’ 마쓰나카 노부히코 등을 비롯한 우수한 선수들을 수없이 배출해온 리그이며 오카모토도 그중의 한명이다.
그런 실업단 야구의 특칭은 과연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일부 명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에서 직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것이다. 실업야구 시절에 많은 팀에서 뛴 오카모토는 8년 사이에 다섯번 팀을 옮기면서 다섯가지의 직업을 경험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카모토는 사토공무점이라는 건설 회사에 입사했다. 그 회사는 아침 6시에 일어나 건설현장으로 가서 밤늦게까지 일했다. 야구는 1주일에 두번만 할 수 있었다. 야구에 전념하고 싶었던 그는 회사를 옮기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뜻밖에 빨리 왔다. 회사가 야구부를 폐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그는 폐부가 되자마자 ‘야구를 할 수 있는 회사’라는 조건으로 회사를 골라 아베기업이라는 경비회사에 입사했다.
거기서는 주로 교통정리나 실버타운 등에서 경비를 했으며 어떤 때는 병원의 시신 안치실을 경비한 적도 있다. 다만 일은 일주일에 두번밖에 없으니 그는 야구에 전념하는 야구위주의 생활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1년후에 회사를 그만 두었다. 이유는 등판기회가 없었기 때문.
야구선수로서 좋은 환경을 원했던 그는 야오한이라는 유통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야구시즌에는 야구에 전념하고 경기가 없을 때는 야오한 계열의 슈퍼마켓에서 일하면서 지냈다.팀에서는 에이스의 자리를 잡았고 만족스러운 날들을 지내고 있었던 오카모토.하지만 그런 그에게 비극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
본사의 경영상태가 안 좋아져서 야구부가 휴부하게 되었다. 다행히 팀은 클럽팀이란 식으로 남기게 되었지만 클럽팀은 급여가 안나오는 팀이라 거기서 야구를 계속하면 사실상 백수가 되어버리는 셈이었다. 그래도 그는 팀에 잔류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부모한테서 용돈을 받으면서 야구를 계속했고 이팀에서 1년동안 뛰었다. 그 동안에 프로에서 제대로 뛰고싶다는 마음이 강해졌고 야구에게 더욱 몰두하게 되었다.
다음해 그는 ‘일류팀’ 야마하로 이적하여 재적했던 2년 사이에 팀을 전국대회에서 4강과 8강까지 이끌었다. 개인기록도 뛰어난 성적을 남겼으며 어떤 대회에서는 최우수선수가 되기도 했다. 그 즈음에는 프로에서도 그냥 통하는 투수로서 유명해졌으며 주니치, 한신을 비롯한 프로팀으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야마하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그는 2001년드래프토에서 4차지명으로 지명 받아 현 라쿠텐 감독인 호시노 센이치가 사령답을 맡고 있던 주니치로 입단했다. 3년 전에는 수입이 없었던 그는 계약금 7000만엔 과 연봉 1000만엔을 얻고 프로야구에 발을 내딛었다.
프로에서 처음에는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3년째부터 활약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최우수중간계투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팀의 일본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탄탄대로 걸을 둣 보였던 오카모토의 야구인생은 또 한 번 시련이 찾아왔다. 2007년 FA로 인한 인적보상선수로서 세이부로 이적할 수 밖에 없었다. 세이부에서는 2년째인 2009년에 전력외통고로 방출됐다. 그래도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을 찾아 현해탄을 건너 LG에 입단, 재기를 모색했다. LG에서는 시즌 초에는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시즌 후반에 성적이 떨어져 1년만에 다시 방출됐다.
일본과 한국 프로에서도 3개팀을 건너온 그는 올해 신인시절 사령탑이었던 호시노가 감독을 맡고 있는 라쿠텐에서 재기를 노린다. 이제 37세로 적지 않은 나이이다. 하지만 아직 부활의 기회는 충분이 남아있다. 숱한 고생을 겪고 왔던 그가 힘과 경험으로 반드시 일어나 자신과 팀을 구하기를 기대해본다. 누구보다도 야구에 대한, 인생에 대한 의지가 강한 선수가 오카모토이기 때문이다.
kenzo1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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