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김태희가 예쁜 척(?)을 버렸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자체 발광하는 미모는 여전하지만 행동도, 말투도 망가졌다. 손바닥보다도 큰 스테이크를 통째로 들고 뜯어 먹다가 설사를 참으려고 양 손으로 엉덩이를 쥐고 다리를 꼬며 땀을 흘린다. 좋아하는 훈남 교수 남정우(류수영 분) 앞에서는 능청스러운 내숭과 애교를 작렬한다. 도도한 척, 우아한 척, 가녀린 척 하는 역할이 아니다. 다소 엉뚱하고 천진난만하고 정신 사납게 구는 공주 '이 설'로 태어났다.
MBC 새 수목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이하 마프) 속 김태희는 이전까지 그녀의 작품 이력 속 캐릭터와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데뷔 이후 꽤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매력을 발산하려 시도했던 그녀지만 번번이 실패하거나 악평을 받기 일쑤였던 그녀다. 무엇보다 연기력 논란이 그랬다. 연기력이 부족해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작품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가들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마프'에서는 달라졌다. 2회까지 방송된 상태에서 김태희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언론의 시각도 상당히 우호적이다. 김태희의 변신이 '통했다'는 말들이 주다.
망가진 여신이 뭐가 그리 좋을까. 서울대 출신 배경에 완벽한 미모까지 갖추는 바람에(?) '엄친딸' 연예인의 대표주자가 된 그녀다. 민낯이어도 아름답고 울어도 예쁜 그녀지만 이제껏 제대로 망가진 푼수기질은 보여준 적이 없기도 했다. 대개 도도하거나 완벽하거나 미모로 승부하거나 우아하거나 여성스럽거나... 여성이라면 최고의 찬사들일 만한 수식어를 모두 갖다 붙여도 모자란 캐릭터들로 등장했다. 따지고 보면 '마프' 속 이 설도 그렇다. 하루아침에 공주가 되는 여대생, 이제 엄친아 박해영(송승헌 분) 등 극중 남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될 주인공이다. 예쁘고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과 연기력에 분명 변화가 생겼다. 그녀의 연기력에 물이 올랐다기 보다는 '맞는 옷을 입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 보인다.

약간의 푼수 기질, 철부지 면모, 예쁜 척을 버린 능청맞은 말과 행동이 김태희를, 그리고 극중 이 설을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게 한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의 캐릭터를 알맞게 골라 부단히 연구한 결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완벽한 그녀 김태희의 망가진 모습과 능청 연기를 보며 그녀의 빈틈을 발견하곤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끼는 중이다. 너무 예쁘고 잘난 탓에 안티도 많았던 그녀에게 따뜻한 평가들이 모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배우는 작품과 연기로 평가받는 것이란 지극히 당연한 이론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아무리 예쁘다 한들,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배우는 늘 도마 위 신세다. CF나 화보 속 순간의 이미지만으로 먹고 살 요량이 아니라면 배우는 역시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두드려야 한다. 망가진 김태희도 좋다고 박수를 보내는 대중의 심리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issue@osen.co.kr
<사진> 커튼콜 제작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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