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필 잭슨 감독에게 한 수 배우고 갑니다"
OSEN 이지석 기자
발행 2011.01.08 06: 25

[OSEN=이지석 미국통신원] 한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명문 고려대를 졸업하고 실업농구 삼성에서 명가드로 이름을 떨쳤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동양 오리온스에서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하는 등 ‘40대 감독’의 선봉이었던 그의 닉네임은 ‘코트의 신사’. 지난 시즌까지 SK 나이츠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진(50) 전 감독 이야기다.
 
‘실과 바늘’과도 같은 사이인 절친한 후배 강양택(42) 전 SK 코치와 함께 LA로 농구 유학을 온 김진 전 감독은 NBA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LA 레이커스와 대학농구의 명문 UCLA에서 연수를 받으며 선진 농구를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렸다.

 
3개월의 미국 농구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김진 전 감독을 LA 코리아타운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NBA 최고 명문인 레이커스에서 연수를 하게 된 계기는.
▲ 시즌 개막 2주 전부터 레이커스가 어떻게 준비하는지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NBA에서 시즌을 앞둔 준비 과정을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는데, 이곳 사람들도 ‘굉장히 행운이 따른 경우’라며 부러워하더라. 필 잭슨 감독과 시카고 불스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짐 클레멘스 코치를 소개받아 지난 3개월 동안 홈에서 열린 레이커스의 훈련을 모두 참관하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 무엇보다 코치들의 분업이 잘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보통 감독 1명에 코치가 1명이나 2명에 불과한데, 레이커스에는 감독 외에 코치만 4명이나 되더라. 또 선수들의 자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는 굉장히 자유분방하다가도 훈련이 일단 시작되면 180도 달라진다. 평소 컨디션 조절을 자율적으로 선수들에게 맡기는 점이 눈에 띄였다. 
- 전술적인 면에서 한국 농구에 도입하고 싶은 시스템은 무엇인가.
▲ 아무래도 잭슨 감독의 대표적인 전술인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꼽고 싶다. 서적이나 영상으로 수 없이 접했던 것이지만 이곳에 와서 직접 접해보니 느낌이 달랐다. 특정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5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트라이앵글 오펜스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한다면 더욱 훌륭한 전술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평소 레이커스는 어떻게 훈련을 하나.
▲ 일단 다음 상대 팀에 대한 전력 분석을 비디오를 30분 정도 보며 대비책을 마련한 후 1시간30분 정도 전술 위주로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더라. 전체 훈련 시간은 한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해 보였지만 팀 훈련을 마치고 난 뒤 개인별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몇몇 선수는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레슨을 받더라.
- 평소 생각했던 것과 이미지가 달랐던 선수는.
▲ 악동이라 소문이 자자했던 론 아테스트와 라마 오덤을 꼽고 싶다. 직접 대해 보니 굉장히 착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최고 스타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조연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레이커스 선수 중 한국 프로농구에서 함께 뛰고 싶은 선수는.
▲ 루키인 데릭 캐릭터가 한국에서 통할 것 같다. 203cm여서 파워포워드로는 다소 신장이 작고, 아직 거친 면이 많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꼭 함께 뛰고 싶다.
- 이번 시즌 NBA 정상은 어느 팀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나.
▲ 노장들이 많기는 하지만 조직력이 뛰어난 보스턴 셀틱스를 꼽고 싶다. 강양택 코치는 빅 3(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의 조직력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마이애미 히트를 좋아한다.
-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야오밍이 버티는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한국 농구의 미래는 어떤가.
▲ 솔직히 상황이 좋지는 않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은 분명 훌륭한 성과지만 농구 저변이 확대되기는 커녕 점점 반대로 진행돼 안타깝다. 이제는 농구공만 잡으면 수업을 등한시 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클럽 위주로 농구를 즐기는 문화가 조성되어야만 한국 농구가 발전할 수 있다. 
- 다시 현역으로 복귀한다면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 선수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잭슨 감독이 스타급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 또한 백업 선수들도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출전 시간을 안배해 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짧은 3개월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시간이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잭슨 감독을 비롯한 레이커스 코칭스태프로부터 전수받은 비장의 전술을 앞세워 한국 농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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