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업그레이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시즌 전 뜨거웠던 관심이 차갑게 식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경험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겪은 2년차 좌완은 조심스러운 자세로, 그러나 수줍은 웃음도 섞으면서 답했다. 207cm 최장신 좌완 장민익(20.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8월 신인 드래프트서 두산에 1순위(전체 7순위)로 입단한 장민익은 큰 키 자체만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건장한 선수들의 정수리를 두루 내려볼 수 있는 높이가 바탕된 투구폼 자체부터 위력적이었으며 전지훈련서의 가파른 성장세는 장민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1군 9경기 13⅔이닝을 던지며 25피안타 평균 자책점 10.54로 고전한 장민익은 2군서도 15경기 5패 평균 자책점 6.79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숱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선수 본인이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고 현장의 평가 또한 "당장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라는 것이 지배적이었으나 부진한 성적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도 사라졌다.
어느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장민익에게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허공을 바라본 장민익은 "정신적으로 많이 느낀 한 해"라며 말을 이어갔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야 하는 시즌이었어요. 제 자신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단숨에 뛰어오르기보다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거구의 선수지만 사실 그는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대학 1~2학년생 청년과도 같다. 갓 프로 무대에 발걸음을 떼자마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만큼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장민익은 오히려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엄청났던 관심을 변명 삼지 않겠다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담감은 별로 없었어요. 다만 지난해 제가 너무 부족해서 관심도를 끝까지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지요. 그래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을까요".(웃음)
지난해 공식 최고구속을 묻자 "145km"라며 웃은 장민익은 "공 빠르기보다 제구력이 우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0년은 장민익에게 타자가 까다롭게 생각하는 코스로 제구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셈이다. 이야기 도중 이혜천은 장민익의 배를 툭 치면서 "인터뷰는 편하게 하는 거야. 편하게"라며 지나갔다.
"정신없이 타자들한테 맞으면서(웃음) 제구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어요. 올해 목표요? 수치 상으로 정해놓은 것은 없고 그저 열심히 하는 겁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 활용할 수 있는 무기들을 모두 최대한 업그레이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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