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다고 하지 마세요. 저희는 웃기려고 작게 태어난 겁니다."
개그맨 이수근의 말이다. 이수근은 최근 단짝 친구 김병만과 함께 응한 KBS 2TV '연예가중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12월 31일 열린 '이수근-김병만의 무식한 쇼' 공연 현장에서 진행됐다.

웃기려고 작게 태어났다니... 사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두 사람은 작은 키를 무기로, 소재로 시원한 웃음을 제공하고 있다. 실로 코미디계 '작은 거인'으로 통하는 두 사람은 데뷔 시절부터 절친한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다. 과거, 김병만이 코미디를 포기하고 레크리에이션 알바를 하러 지방에 내려간 이수근을 찾아가 눈물로 호소해 돌아오게 만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병만은 "나 혼자 어떻게 하냐, 너 없으면 안 된다"며 이수근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십여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함께 최고의 자리에 서 있다.
이수근은 KBS 2TV '개그콘서트'를 비롯 '해피선데이-1박2일'과 신설된 군필 예능 '명받았습니다!'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로 활약 중이다. 반면 김병만은 오직 '개그콘서트'로 정통 코미디를 고집하면서 최근에는 영화 '서유기 리턴즈'의 주연으로 나서는 등 코믹 배우로의 도전도 계속하고 있다. 시작은 함께 한 개그맨이지만 사실상 그 행보는 조금 다르다. 이수근은 버라이어티나 MC 쪽으로 무게를 싣고 가는 반면 김병만은 정통 코미디에 주력한다. 다른 길을 걷는 듯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은 같다. 대중은 '1박2일' 속 앞잡이 이수근의 맹활약에 배꼽을 쥐다가도 '개콘-달인' 속 김병만의 엽기 재주에 감탄한다. 특히나 김병만은 지난 해 까지 3년 연속 KBS '연예대상'의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빛나는 존재감을 입증했다.
작은 거인들. 이수근은 방송에서 종종 "내가 김병만보다는 크다"고 너스레를 떨고 자신의 키를 정확히 밝히며 웃음의 소재로 활용한다. 이수근에게나 김병만에게나 평균 이하 신장은 오히려 자신들을 빛나게 하는 무기가 됐다. 짧은 다리, 작은 체구가 만들어내는 몸 개그는 분명 큰 웃음을 선사한다. 김병만이 줄을 타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하고 텀블링도 척척 해내는 데는 그의 작지만 단단한 체격이 분명 한 몫을 했다.
버라이어티와 코미디, 필드는 다르지만 대중에게 웃음을 준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두 사람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동료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같은 개그맨으로서 또 같은 단신으로서 두 사람은 같은 애환을 갖고 있다. 키는 작지만 이미 그들은 예능계 거인이다. 웃기려고 작게 태어났다는 이수근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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