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투수-포수조가 지난 5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사이판으로 스프링 캠프를 떠났다. 분명 투수들과 포수들이라고 했는데 그 사이에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택근V'이택근(31)이 부지런히 짐을 나르고 있었다.
"혹시 포수 훈련을 받기 위한 것이냐, 아니면 투수로 전향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LG 관계자는 "그런 건 아니다. 본인이 원해서 가는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택근은 1년여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운동을 시작한 뒤 첫 수술이었기에 몸 관리법을 잘 몰랐다. 여기에 넥센에서 LG로 이적 첫 시즌이었던 만큼 새로운 팀 적응에 말하기 힘든 부담감도 있었다. 완전치 않은 몸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택근은 허리와 무릎 통증으로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재활을 무리하게 하면서 무릎 뿐 아니라 상체 전체적으로 밸런스도 무너지고 근육이 약해져 허리에도 무리가 왔다. 이로 인해 이택근은 재활군에도 다녀왔다.

그러나 꾸준한 재활을 통해 몸의 근력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무더위 속에서 서서히 통증도 사라지고 배트 스피드까지 살아났다. 덕분에 이택근은 후반기에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으며 91경기에 출장 3할3리 102안타 14홈런 50타점 66득점을 기록했다. 최근 6년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자신도 올 시즌 성적에 불만족스러워했다. 스스로에게 자존심이 상한 성적표였다. 자기 성적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기대를 갖고 이적한 팀 성적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자기 반성도 있었다. 이택근은 지난 진주 마무리캠프 때 만난 자리에서 "LG에 처음 와서 잘 하고픈 마음은 굴뚝 같았다. 그러나 팀 분위기도, 내 역할도 정확히 몰랐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 뒤 "왜 구단과 팬들이 '성적, 성적'을 외치는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 몰랐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택근은 현재 큰 깨우침 뒤 곧바로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진주와 플로리다 마무리캠프에서 박종훈 감독이 흐뭇해 할 정도로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이택근이 사이판 캠프에 합류한 것에 대해 박 감독은 "몸 관리 차원이다. 현재 몸 상태는 좋다. 그러나 지금 좋은 몸 상태를 따뜻한 곳에서 더 관리하고 싶은 것이 좋다는 판단을 했다. 무엇보다 본인이 원해서 가는 것"이라며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선수를 어떻게 막냐"며 미소를 지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알아서 자기 몸을 관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이판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이택근. 올 시즌 LG 타자들 중에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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