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취재석] 김종민이 한겨울 바닷물에 입수했다. 2011년엔 대박을 내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차디찬 물에 온몸을 던졌다. '1박2일' 팀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응원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1박2일'의 한 장면이다. 김종민의 입수는 이날 방송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경포대 해수욕장에 도착한 김종민은 자신의 외국인 친구 쏘완에게 밥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살신성인(?)했다.
재미있는 그림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의 입수가 그 자체로 재미를 주기 보다는 슬럼프를 벗어나겠다는 의지, 올해는 기필코 웃기겠다는 각오를 담은 이벤트로 그려진다는 것. 물론 이러한 장면은 이제까지 그의 위치와 역량에서 기인한 일이었다. 늘 병풍 취급을 받거나 논란의 불씨를 내재한 미약한 존재감, 그랬기에 외국인 친구를 위해 물에 뛰어든 그의 행동은 마치 대국민 공약처럼 포장됐다.

이제 김종민이 '1박2일'에 복귀한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2009년 말, 공익근무 소집해제 직후 바로 컴백했으니 어느새 해가 두 번 바뀐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하다. 일부 시청자들은 아직도 김종민의 존재감과 팀 내 역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며 제작진은 자막이나 여러 상황들을 통해 김종민을 꾸준히 격려한다. 무슨 예능 초보도 아니고 합류한지 한두 달 된 신입 멤버도 아닌데 김종민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대체 언제까지 슬럼프일까. '1박2일' 속에서 간간히 수줍은 고백이나 눈물로 변화의 조짐을 보여줬던 그다. 제작진 역시 숱한 인터뷰에서 '아직 적응기다. 시간이 필요하다. 달라지고 있다. 더 좋아질 것이다'는 등의 말로 그를 기다리고 응원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군 복무 이전과 이후, 김종민의 예능감이나 활약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여전히 슬럼프인 걸까.
이제는 김종민의 현재 모습을 그의 캐릭터로 바라봐주는 편이 옳다. 수년 전, 그가 어리바리 캐릭터로 예능판을 종횡무진 할 때의 그 미친 존재감을 자꾸만 상기하며 그에게 '왜 전만 못하냐'고 말하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하단 느낌마저 든다. 강호동이나 이수근과 같은 예능 1인자들 그리고 한창 물이 오른 은지원과 이승기 사이에서 김종민은 자연스럽게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영광이나 화려한 업적이야 어찌됐든 이제는 그 미약한 존재감이나 소극적인 캐릭터 자체를 김종민으로 바라볼 때가 됐다.
과거 김종민이 어리바리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했던 것은 무대에서 폼 잡던 가수가 예능에 나와 엉성하게 구는 것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이고 재미있다 느끼던 시절 얘기다. 그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공백을 가진 동안, 비슷한 케이스들이 쏟아졌고 예능하는 가수나 배우들의 롤과 캐릭터는 끊임없이 진화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대중의 기호나 욕구도, 예능이나 방송의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종민은 이제 그 변화 속에서 돌파구를 찾느냐 못 찾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라면 모를까, 슬럼프 혹은 적응기간이 지나면 대박이 날 것이라 장담할 처지는 아니란 말이다.
'1박2일' 속 나머지 독한 캐릭터들에 눌려, 혹은 섞여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거나 출연분량이 적어지는 것을 이제는 있는 그대로 수긍해야 할 것도 같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달라지고 얼마나 뛰어오를 것을 기대하는가. 부족하건 논란의 핵심이건 그는 분명 팀 내 필요한 존재이고 제작진이 신뢰하는 출연자 중 한 명이다. 언제까지 슬럼프라거나 적응기라는 명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종민 스스로 자신이 가진 역량과 위치를 받아들이고 시청자들 역시 그를 인정해주는 편이 훨씬 수월하고 현명한 것 아닐까.
윤가이 기자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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