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이 고전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4번(파워포워드) 포지션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 감독의 냉정한 자체 평가다.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골밑 싸움에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농구는 골밑 높이 싸움이다. '백보드를 장악하는 팀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격언이 예부터 내려오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순위판도도 백보드 싸움에서 상하위권으로 갈리고 있다. 그 핵심 열쇠를 바로 토종 빅맨들이 쥐고 있다.
올 시즌 3강을 형성하고 있는 부산 KT, 인천 전자랜드, 원주 동부는 믿을 만한 국내 장신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정통센터가 없지만 힘이 좋은 박상오와 송영진이 국내선수들을 상대로 골밑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전자랜드는 서장훈이라는 확실한 국보급 센터의 존재로 언제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간다. 동부는 김주성이라는 호랑이에 윤호영이라는 날개를 달아 가장 크고, 빠른 팀으로 변모했다.
3강은 신장의 우위에서 비롯되는 미스매치 활용과 골밑 장악을 바탕으로 확률 높은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전주 KCC가 최근 14경기에서 12승2패로 가공할 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도 최장신(221cm) 센터 하승진의 존재감이 크다. 몸 상태를 바짝 끌어올린 하승진이 골밑에서 효과적으로 자리를 잡고 집중력을 발휘하자 상대팀은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승진으로부터 파생되는 공격 효과가 크다. 4위 서울 삼성도 이승준이라는 포스트 요원이 골밑에 자리해 크게 뒤질 게 없다.
그러나 하위 5개팀들은 골밑에서 고전하고 있다. 호화 라인업을 자랑하는 서울 SK와 창원 LG가 그렇다.
SK는 테렌스 레더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골밑 선수가 없다. 김민수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데다 외곽에서 겉돌고 있으며 백인선과 손준영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LG는 문태영이 골밑 수비에서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크리스 알렉산더라는 정통센터가 있지만 도움수비가 떨어진다. 지난 시즌 백인선처럼 문태영의 골밑 수비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없다. SK와 LG 모두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골밑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탈꼴찌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하위 3개 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비교적 균형잡힌 라인업을 갖춘 안양 인삼공사는 국내 4번 자리가 비어있다. 김명훈과 김종학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울산 모비스도 외국인선수 로렌스 액페리건이 골밑 수비에 약점을 안고 있으며 홍수화·류종현·이승현 등 국내 빅맨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구 오리온스는 급성장한 이동준이 골밑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팀에 실질적인 골밑 요원이 그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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