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아니라 비공개 2개 기업이 핵심 아니겠는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유영구 총재를 비롯한 8개 구단 사장단이 모두 참석한 새해 첫 이사회에서 신생구단 창단에 대한 안건을 심의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가 나왔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이번 이사회에서는 기존 8개 구단에서 9구단으로 문호를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간단하게 밝혔다. 이어 "9구단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은 만큼 다음 이사회에서 적당한 심사기준을 만들어 창단에 적합한 기업에 대한 자격 문제를 상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통합 창원시를 연고로 한 엔씨소프트에 우선협상권 부여 여부를 비롯, 10구단 동시 창단에 대한 이사회의 의사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바로 전날 KBO에 신생팀 창단신청서를 낸 엔씨소프트 외 2개 기업의 베일도 벗겨지리라 예상한 터였기에 다소 다른 결과에 다소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신생구단 창단'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의 매듭을 풀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낙관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창원시, 엔씨소프트 그리고 2개 비공개 기업
KBO는 통합 창원시와 엔씨소프트의 적극성을 애써 외면했다.
이 총장은 "9구단 창단에 대한 승인만 했다"면서 "창단신청서를 제출한 엔씨소프트 외 비공개 2개 기업도 창원시를 연고로 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9구단의 연고지가 꼭 창원시라고 못박을 수 없다. 엔씨소프트와 비공개 2개 기업은 모두 같은 선상에 서 있다. 우선협상권은 없다"고 강조했다.
KBO는 작년 10월 26일 창원시와 신생구단 창단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11월 29일에는 유치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며 9구단의 연고지가 창원시임을 사실상 공언했다. 국내 최대 게임전문 업체 엔씨소프트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9구단 창단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런 엔씨소프트와 창원시에 대한 동시 부정은 반대로 나머지 2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적극적인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비공개 기업들에게는 앞서 언론에 노출돼 상당한 여론을 등에 업고 있는 엔씨소프트와의 경쟁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또 창원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유도의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총장은 심사기준을 만드는 것에 대해 "또 다른 업체가 창단신청서를 낼 수도 있다. 비공개 2개 기업 외에도 문의가 온 곳도 몇군데 더 있다"고 기대했다. 더불어 이 총장은 거듭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엔씨소프트와 창원시에 양해를 구했을 수도 있다.
유 총재가 "히어로즈 구단의 전철을 밟지 않을 탄탄한 기업이 창단해야 할 것"이라고 자주 언급했다. 다시말해서 비공개 2개 기업이 엔씨소프트에 버금가거나 혹은 그 이상의 규모를 가진 것으로도 그려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로 대표되는 기존 구단 입장 피해가기
"10구단은 9구단 창단 후 논의한다"는 이번 이사회 결과는 각 구단의 입장을 알아서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롯데만 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신생 구단 창단에 뚜렷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결국 다른 구단도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롯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각 구단은 프로야구가 도시연고제라고 하지만 마케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생각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다시 한 구단이 더 들어올 경우 두산, LG, 넥센이 롯데처럼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각 구단 사장들은 임기가 있는 만큼 굳이 야구 구단의 창단에 그리 적극성을 띨 필요가 없다는 말과 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KBO 입장에서는 직접 심사기준을 마련, 이런 구단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길 원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9구단 창단 허용"에 불과한 이사회 결과는 더 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 마련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기업, 더 많은 지자체의 참여 유도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런 긍정적인 예상이 실제로 들어맞을지 2월안에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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