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아내, 미국 학위→취업→전업주부
경제적 자립 없는 도피성 결혼 비판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레슬리 베네츠|316쪽|웅진윙스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여자의 생각 하나. “회사에 다니면서 집안일도 잘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성공 지향적이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단순한 일을 하지 않잖아요. 제 일 역시 시간제 근무는 하기 힘들어요. 다행히 남편 수입이 점점 늘고 있어요.” 30대 이 여자는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지만 곧 일을 그만두려고 한다.
여자의 생각 둘. “저 역시 대학에서 힘들게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와 제대로 써먹지 못했어요. 하지만 배운 것을 사회에서 활용하지 않고 단지 공부에서 끝내버린 것이 큰 잘못인가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으면 됐잖아요.” 40대 이 여자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한 뒤 바로 일을 접었다.
여자들이 권력을 가지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다소 복잡한 질문인가. 하지만 크게 고심할 필요는 없다. 여자들이 권력을 차지하는 일은 제대로 구체화된 적이 없다. 심지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때로는 금기시되기까지 한다. 여자들이 권력과 멀어진 데는 경제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요인이 가장 컸다. 그 불충분 조건을 만들어낸 결정적 역할은 결혼이 했다.
결혼을 통해 경제적 의존을 선택하는 것이 여성의 전형적인 실수라는 것이 책의 강고한 논지다.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식으로 정당화하든, 주어진 상황이 어떻든 간에 나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간 생계를 의존하는 건 위험스런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경제적 의존이라는 결정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단지 경제적 취약성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근거를 뒀다.
구직에 어려움이 있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생활을 피해 ‘다 때려치우고 시집이나 갈까’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제적 자립 없이는 결혼 역시 영원한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 거다. 아이 옆에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것, 남편이 자신을 영원히 책임질 것, 형편만 된다면 전업주부로 살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 모두가 대단한 착각이다.
대다수 젊은 여성들이 집안일과 직장일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기 전에 우선 혼란을 피하려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신전통주의자’로 변모해가는 이들을 지칭하는 전문용어도 있다. ‘신종아내’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쟁쟁한 회사에 취업했지만 힘든 직장생활을 끝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과 가정을 양극에 두고 벌이는 실랑이에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세상이 휙휙 바뀌고 있어도 전통적인 성역할 역시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그곳이 한국인지 미국인지 장소를 구분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 이쯤 되면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고전적 가치관이 어느 한쪽의 일방인 강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보기는 어려워진다. 문제는 조화다. 하지만 책이 바라는 ‘일과 가정의 사이좋은 평행선’은 당분간도 그리 쉬운 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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