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 벗고 84번' 코치 송진우의 새출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13 07: 22

"우리 2군의 얼굴이다. 박정태 김기태와 함께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나갈 젊은 지도자다".
한화 정영기 2군 감독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새로 2군 투수진을 조련하고 있는 송진우(45) 투수코치에 대한 칭찬이었다. 지난 3일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송 코치는 지도자로 출발한지 열흘이 지났다. 현재 대전 잔류군을 지도 중인 송 코치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즐겁다"며 웃었다. 정영기 감독은 "역시 대선수는 다르다. 머리가 좋아 선수들을 잘 가르친다"며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한화 선수단은 지난 8일 하와이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부상 등으로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도, 이달 안에 모두 하와이로 떠날 예정이다. 대전에 남아있는 선수는 20명 남짓. 이 가운데 투수는 11명이다. 송 코치가 전담해야 할 투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송 코치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11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세심하게 많이 가르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전지훈련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은 자칫 의욕을 잃을 수 있다. 현역 시절 전설로 군림한 대선수 출신이지만, 송 코치는 소외된 선수들을 격려하며 보듬는데 힘쓰고 있다. "전지훈련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라 의욕이 꺾일 수 있다. 때문에 마음을 열고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많이 불어넣었다. 멘탈적으로 긍정적인 사고와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도 의욕적으로 같이 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이 송 코치의 말이다.
지도자로 첫 발을 뗀 송 코치이지만 결코 서두를 생각은 없다. 젊은 선수들이 시간을 두고 착실한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송 코치는 "당장 1군은 아니더라도, 성장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점점 좋아진다'는 느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투수코치로서 책임감도 강하다. 송 코치는 "투수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많이 연습하고 집중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투수들이 없다고 하지 않나. 팀 전력의 70%가 투수력"이라고 강조했다.
제구와 스피드에 대한 지도철학도 밝혔다. 송 코치는 "투수에게는 제구가 아주 중요하다. 연습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제구를 기르기 위해서 스피드를 죽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피드를 살리되 제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지도할 생각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때에는 그걸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코치도 현역 시절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제구력으로 유명했지만 젊을 때에는 강속구로 명성을 날린 파워피처였다.
210승, 2048탈삼진, 3003이닝의 화려한 족적을 뒤로 하고 초보 지도자로 첫 발을 떼고 있는 송진우 코치. 아들뻘되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더 이상 현역시절 화려한 스타는 없었다. 송 코치는 영구결번된 현역 시절 등번호 21번 대신 84번이라는 코치 번호를 달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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