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20순위 용병' 로드의 유쾌한 '반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13 08: 26

부산 KT 찰스 로드(26·200.3cm)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맨 마지막 20순위로 지명됐다. 모 감독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지명"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로드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심각한 발목 부상 탓에 농구를 1년 쉰 상태였다. 
 
그랬던 로드가 지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대이상 맹활약으로 KT의 단독 1위 질주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로드는 "나는 이제 KBL 외국인선수 톱5"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 로드, "감독님을 사랑한다"
지난 12일 대구 오리온스와 원정경기에서 로드는 21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29분11초만 뛰면서 거둔 기록이다. 올 시즌 로드는 30경기에서 평균 13.7점 4.7리바운드 1.53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크게 돋보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출장시간이 경기당 17분38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훌륭한 성적이다. 야투성공률도 무려 65.3%로 리그 전체 3위에 랭크돼 있다. 메인과 세컨드로 외국인선수의 역할 구분이 확실한 올 시즌이지만 제스퍼 존슨과 로드가 있는 KT에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한국농구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 로드는 "그동안 KBL 농구를 몰랐다. 새로운 농구를 알게 됐고, 점점 좋아지고 있어 기쁘다. 내 농구 인생에 있어 도움이 될 만한 경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창진 감독에게 혼이 난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혼나지 않으면 더 불안하다. "감독님께서 말을 안 하시면 나를 집으로 돌려보낼 것 같다. 감독님이 소리치고 혼낼수록 나를 더 사랑하고 챙겨주는 것이다. 나는 감독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로드의 진심이다.
로드는 "집중력과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며 스스로도 많은 발전을 느끼고 있다. 그는 "난 KBL 외국인선수 톱5"라며 그 이유에 대해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플레이하니까 톱5다. 개인 기록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님 시스템에 적응하고 팀이 이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과 톱5를 이룰 외국인선수에 대해 "나머지 4명은 모르겠다. 상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박상오에게 많은 걸 배운다.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발전했는데 그야말로 MVP감"이라고 답했다.
▲ 전창진, "아직 만족 못한다"
박상오는 로드에 대한 첫 인상부터 좋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잘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점프와 스피드 등 운동능력이 좋고 골밑 장악력이 있다. 감독님께 많이 혼나지만 우리 팀 높이가 낮은 만큼 로드가 없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은 만족하지 못한다.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마음에 확 들지 않는다. 좋은 신체조건을 가졌지만 여전히 한국농구와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 감독의 지적이다. 
전 감독의 날선 비판은 계속됐다. 그는 "성격도 좋고 군말없이 뛴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 외에 따로 노력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것이 부족하다. 조금 잘하면 업되고, 안 되면 다운된다. 선수로서 꾸준하게 평균치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로드는 전 감독 표현대로 '떠다니는 기분'으로 하는 농구하는 경우가 많다. 전 감독은 "기분으로 농구를 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선수로서 무게감이 떨어지고, 공수에서 조직적으로 응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 감독이 이렇게 로드를 질책하는 데는 다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코치들과도 '1년만 더 데리고 연습하면 참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발전 가능성도 크다. 특히 성격이 좋고 자기가 왜 혼나는지 잘 알고 있다. 본인 스스로 칭찬받고 싶어하는 마음도 크다. 가끔 칭찬해 주지만 아무래도 혼내는 부분이 많다"며 웃어보였다. 전 감독은 "대학 졸업 당시만 하더라도 NBA 진출이 기대됐던 유망주"라며 로드의 잠재력 만큼은 높이 평가했다.
▲ 우승을 향한 키
전창진 감독은 로드에 대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만큼 나중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나중'이란 시즌 막판 1위 다툼과 플레이오프 이후에 대한 포석이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로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 전 감독은 "로드가 외곽슛 능력은 있지만 일부러 못 던지게 한다. 들쭉날쭉한 슛보다 자유투가 정확하니까 골밑에서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를 던지는 게 낫다"고 했다. 로드는 센터이지만 자유투 성공률이 70.6%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전 감독은 부상당한 베테랑 포인트가드 표명일이 가세할 경우 로드가 날개를 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드는 스피드가 빨라 픽앤롤을 통해 골밑에서 받아먹는 것을 잘한다. 특히 표명일과 그런 부분이 잘 맞는다. 표명일이 돌아오면 로드가 많이 살아날 것"이라는 게 전 감독의 기대. 늑골 부상을 당한 표명일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더 여유를 보고 복귀를 결정할 예정이다.
 
높이가 떨어지는 KT에서 외국인 센터 로드는 우승을 향한 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로드는 "다른 건 필요없다. 오직 우승 반지만이 필요하다"며 뜨거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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