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우완 빅리거 입성, 잠실이 뜨겁다-리즈②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1.13 07: 33

'한 지붕 두 가족'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미국프로야구(MLB) 강속구 우완 투수를 국내 무대에 입성시키며 잠실 마운드를 달구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엔트리 포함 및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출전 경력의 203cm 장신 우완 더스틴 니퍼트(30)를 영입했으며 LG는 최고 구속162km에 달하는 레다메스 리즈(27)를 데려왔다.
말 그대로 잠실벌에 '대물'이 떴다. 특히 두산과 LG는 오는 4월 2일 잠실구장에 열릴 2011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양팀은 단순히 시즌 개막전을 넘어서 '잠실벌 기싸움'이 걸려있다. 물론 아직 스프링 캠프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이지만 니퍼트와 리즈가 정상적인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개막전에서 양 팀 히든카드로 선발 등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잠실 개막전 선발카드 출격도 점칠 수 있는 두 '대물' 투수들은 2011년 어떤 공으로 팬들을 사로잡을 것인가.

'155, 158, 160'. 올 시즌 LG 트윈스 팬들은 잠실 야구장 전광판에 찍히는 스피드건 속도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가 최고구속 162km에 달하는 '와일드싱' 리즈를 영입했다.
매년 외국인 선수 농사 때문에 근심에 쌓여있던  LG 외국인 스카우트팀이 1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리즈를 지켜봤다. 리즈는 당당한 체구(189cm, 84kg)체구, 그리고 정자세에서 양팔이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긴 팔에서 뻗어 나오는 최고 구속 150km 후반대 포심 패스트볼로 LG 스카우트팀 눈을 멀게 했다.
LG 관계자는 "리즈가 도미니카에 있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다. 비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됐지만 2010시즌 마이너리그에서만 뛴 점을 공략해 사인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볼 빠르기는 일품이지만 공 끝의 움직임과 얼마만큼 제구가 잘 되느냐에 따라 리즈 역시 코리안드림 성패가 달려있다.
▲ML 경력과 입단 배경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우완투수인 리즈는 8남매 사이에 태어나 늦깎이인 17살 때 야구를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2003년 2월 14일 미국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해외자유계약을 맺은 후 본격적으로 투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리즈는 1년 동안 투수 조련을 받고 2006년 하이 싱글A 첫 시즌 15이닝 동안 33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2007년 6월 2일에는 생애 첫 노히트노런을 달성했고, 8월 15일 경기에서도 8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잘 막았으나 9회 첫 안타를 맞고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리즈는 '노히트노런' 경력 덕분에 2007년 8월 25일 메이저리그에 데뷔 첫 경기에서 토리 헌터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100개의 투구수가 다가올 때까지 97마일(156km)를 유지했다. 리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28경기(선발 21경기)에 등판해 6승8패, 평균자책점 7.50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만 17경기에 선발로 등판, 6승6패, 평균자책점 6.72를 마크했던 팀 내 유망주였다. 리즈는 특히 2008시즌에 최고구속 162km의 직구를 스피드건에 찍을 정도로 강견이다.
그러나 2009년 메이저리그에서 2경기밖에 뛰지 못한 리즈는 2010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로 팀을 옮겼으나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었을 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는 서지 못했다. 대신 트리플A에서 25경기(선발 22경기)에 등판, 123이닝을 던져 8승8패,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했다. 삼진은 109개나 잡은 반면 사사구는 38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구종과 구위는?
리즈는 최고 구속 162km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다. 여기에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 슬라이더와 커브의 중간 형태인 슬러브, 그리고 체인지업을 던진다.
일단 리즈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질 투수가 확실하다. 현재까지 국내야구에서는 SK 와이번스 '와일드싱' 엄정욱(30)이 지난 2003년,2004년 경기 중 전광판에 158km를 찍었다. 리즈는 LG와 계약 직전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158km까지 뿌렸다. 스카우트들이 직접 확인하는 스피드건보다 잠실구장 전광판의 스피드가 2km정도 더 나온 점을 감안하면 160km까지 나올 수 있다.
변화구 중에서는 슬라이더와 슬러브가 가장 위력적이다. 리즈는 130km 중반대 슬라이더를 2가지로 던진다. 유인구는 우타자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형태, 결정구는 공을 잡는 그립에 각도를 줘 종으로 휘어져 나가면서 떨어지는 정도가 크게 생긴다.
슬러브는 '코리안특급' 박찬호(38)의 주무기 중 하나로 150km이상의 강속구 투수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손목 스냅이 좋아 보통 투수들이 던지는 커브의 낙차를 유지하면서 스피드까지 빨라 슬러브가 나오게 된다. 리즈는 직구 다음으로 슬러브를 많이 던진다. 구속은 120km 후반대며 특히 우타자들을 상대로 초구, 2구에 볼카운트를 잡으로 들어올 때 효과적으로 구사한다.
▲위험요소는?
야구에서 투수들이 아무리 빠른 볼을 던져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모두 다 볼 판정을 받는다. 리즈 역시 강속구 투수로 벌써부터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에서 그의 성패는 제구력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2006년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133⅓이닝 동안 삼진은 149개를 잡아냈지만 사사구도 75개나 허용했다. 2007년에는 137이닝 동안 161개의 삼진을 솎아냈지만 사사구도 60개를 내줬다. 그러나 리즈는 2009년 92⅓이닝 동안 사사구를 26개로 줄인 뒤 2010시즌에는 123이닝 동안 사사구를 38개를 기록하는 대신 삼진은 109개나 잡아냈다. 제구가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야구의 경우 타자들이 배트를 짧게 잡고 커트를 많이 한다. 리즈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풀스윙으로 가져가는 타자들과 한국 타자들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시즌 애드가 곤잘레스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신체적으로도 이상 징후도 발견됐다. 리즈는 가끔 공을 던질 때 관중석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이상한 소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을 쥐고 있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틱'하는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으나 볼티모어 헤드 트레이너 리치 반셀스는 리즈의 어깨(견갑골)에서 나는 소리임을 발견했다. 다행히 이러한 현상이 리즈가 선수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팀과의 궁합은?
LG는 리즈의 활약이 절실하다 못해 간절하다. 특히 조인성, 이진영, 박용택, '큰'이병규 등 대부분의 LG 선수들이 "9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 외국인 투수 2명이 최소 15승은 거둬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간절히 원하고 있다. 리즈의 경우 계약 발표 후 빠른 볼을 구사한다는 점 때문에 선수단에게 한껏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투수 외 8명의 수비수들이 함께 하는 것이다. 리즈의 경우 땅볼과 플라이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리즈가 빠른 볼을 던진 만큼 내야 땅볼의 경우 수비수들이 타구 스피드를 따라 가는데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난해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유격수 오지환 뿐 아니라 내야 모두가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도미니카에서 리즈와 대화를 나눈 LG 스카우트팀은 "남미 출신이지만 다혈질은 아니다. 그러나 활발한 편"이라며 "우리 선수들과도 잘 어울릴 것"으로 내다 봤다. 리즈가 기본적인 재능은 가지고 있는 만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3월 시범경기 등을 통해 얼마만큼 빨리 한국야구 문화와 상대 타자들을 파악하느냐가 '코리안드림'의 성패가 달려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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