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지요. 진짜 운이 따랐던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1999년 두산 베어스 포수 경쟁서 최종 승자가 된 선수는 그 해 신인왕 홍성흔(현 롯데)이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뛰어난 공격력을 인정받았으나 수비력에 의문 부호가 가득했던 루키는 무서운 성장세로 선배 진갑용(삼성)을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한 뒤 주전 포수로 우뚝 섰다.

그리고 11년 후 2010년. 시즌 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두산의 한 신예 포수는 시즌 두 번째 경기서 1군 첫 안타를 때려낸 동시에 안정된 리드로 역전승 발판을 이끈 뒤 두 번째 경기서 1경기 2홈런을 때려냈다. 단숨에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그는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주인공은 양의지(24)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지난해 두산으로 복귀한 양의지는 첫 풀타임 시즌서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 자격을 갖춘 포수로는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 기록을 세웠다. 2할4푼8리에 그친 도루 저지율과 7개의 패스트볼이 아쉬웠으나 사실상 1군서의 첫 시즌을 치른 포수임을 감안하면 분명 좋은 활약이었다. 그리고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신인왕좌에 올랐다.
2011년 두 번째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는 양의지는 꼭 1년 전보다는 한결 여유있게, 그러나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한 시즌을 신예로서 성공적으로 보내며 경험까지 쌓인 양의지는 첫 풀타임 시즌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시즌이었습니다. 반드시 1군에서 뛰어보자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는데 마침 기회가 왔고 운이 따라서 신인왕 타이틀까지 얻었네요".
그렇다고 주전 포수로 여유있게 새 시즌을 준비하는 상황은 아니다. 선배인 최승환, 용덕한이 버티고 있는 데다가 상무서 2군 사상 첫 한 시즌 100타점을 올린 공격형 포수 유망주 김재환이 제대했다. 양의지에게 또다시 경쟁을 앞둔 데 대해 물어보았다.
"꾸준히 잘하면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음가짐은 1년 전과 똑같아요. 첫 시작을 잘해서 그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그와 함께 양의지는 광주 진흥고 시절 은사인 강의원 감독(현 진흥고 부장)에 감사한 마음을 비췄다. 프로 선수로 자라나는 바탕을 확실히 마련해 준 강 감독 덕택에 자신의 현재 위치가 있다는 것이 양의지의 말.
"무등중 시절 감독님께서 직접 절 진흥고로 스카우트 해주셔서 많은 걸 가르쳐주셨어요. 감독님 덕택에 이렇게 프로 선수까지 되었구요. 매년 고향으로 내려가면 인사를 드립니다. 감독님 성함은 꼭 써주세요".(웃음)
최근 일본 야쿠르트서 2시즌을 보낸 좌완 이혜천이 복귀했고 전년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진출 경력의 203cm 장신 우완 더스틴 니퍼트가 입단한 상황. 1군 투수진서 확실한 변수가 될 두 투수와 처음 호흡을 맞추는 만큼 그와 관련해서도 질문했다.
"혜천 선배와는 프로 입단 초기에도 호흡은 못 맞춰봤어요. 그래도 경력이 있는 선배시잖아요. 서로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니퍼트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으니 지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 투수에게는 먼저 다가가고 다독이는 게 포수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임무에 충실하면서 외국인 투수의 좋은 활약을 이끌고 싶어요".
특히 니퍼트는 주자 출루 시 퀵모션이 느린 투수다. 2008시즌 KIA서 뛰었던 케인 데이비스가 뛰어난 구위에도 재계약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셋포지션 시 투구 동작이 느려 도루 허용이 잦았기 때문. 지난해 도루 저지서 약점을 비췄던 양의지에게 니퍼트의 셋포지션에 대해서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직 니퍼트의 공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제가 어떻다고 못 박아 말하기는 힘듭니다. 전지훈련 가서 연습경기를 할 때 진짜 약점을 보완하고 해결책을 찾을테니까요. 그 때 코치님들과 상의하면서 서로 더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야지요".
그동안 받았던 공보다 아직도 더 받을 공이 많다는 점은 신예 포수 양의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함께 큰 꿈을 지닌 양의지에게 희망하는 포수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특별한 롤모델을 두고 훈련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직도 부족해서 어느 한 선배를 꼽기보다 모든 포수 선배들을 항상 보고 배우는 게 제 몫입니다. 바람직한 포수라. 긍정적 사고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투수가 흔들려 예민해져도 그 마음을 모두 받아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머니 같은 포수가 되고 싶습니다".
"도루 저지율을 끌어올리고 찬스 상황서 강한 면모를 보여 팀이 이기는 데 공헌하고 싶다"라는 시즌 목표를 밝힌 양의지. 고향집에서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알고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견지하려 노력하는 양의지는 소탈한 웃음과 함께 2011시즌 개막을 기다린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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