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다다나리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축구선수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요르단과 아시안컵 카타르 2011 B조 1차전에 후반 교체 투입되어 일본 대표팀 데뷔전을 펼쳤다.
리 다다나리는 바로 이충성(26, 산프레체 히로시마).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 소속으로 폭발적인 득점포를 터트리며 승승장구한 재일교포 4세 이충성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 2007년 일본으로 귀화한 뒤 곧바로 일본 올림픽대표팀(23세 이하)에 선발돼 2008 베이징올림픽 본선에 나섰던 이충성은 이번 발탁으로 성인 국제무대에 일본 대표로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이충성이 잘 알려진 것은 굴곡진 인생 때문. 지난해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그는 '반 쪽발이'라는 이야기로 많이 알려졌다.
1985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한 이충성은 조총련계인 도쿄 조선 제9초급학교에 입학해 축구를 시작한 이충성은 일본계 중학교를 진학하며 운동에 매진했다. 하지만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면서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FC 도쿄에 입단한 그는 2004년 1군으로 승격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충성에게도 태극마크를 달았던 기억이 있다. 2004년 8월 중국과 평가전을 앞두고 19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됐던 것. 자신의 편이 되줄 것 같던 한국에서도 그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는 당시 '반 쪽발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2007년 일본인으로 변했다. 이충성 대신 리 다다나리라는 이름을 쓰면서 일본인이 됐다. 이충성의 귀화를 권유한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소리마치 야스하루 감독에 의해 일장기를 가슴에 단 그는 잠시 주춤한 끝에 아시안컵 대표팀에 포함됐다.
그는 일본이 조별리그 첫 승을 거둔 14일 시라아전에 나서지 못했다.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이충성은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부담스러움을 나타냈다. 한국말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일본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서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
이충성은 "어렸을 때 축구를 시작하면서 목표는 대표선수였다"면서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고 일본 대표팀에 합류한 것에 대한 기쁨을 나타냈다.
한국어로 질문을 계속하자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는 일본말로 "한국말은 정말 어렵다"면서 부담스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과 경기서 승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다득점으로 조 1위에 오른 일본은 우승하려면 한국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과 꼭 만나고 싶다. 한국과 경기를 펼치면 골을 넣고 싶다. 나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골을 넣어야 한다"고 잔잔하지만 굳은 다짐을 했다.
또 이충성은 한국에 이어 북한과도 만나기를 원했다. 이충성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만나고 싶다. 세 나라가 함께 대결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식 이름이 아닌 한국식 이름을 고집하고 있는 이충성의 등에는 'LEE'가 새겨져 있다. 어색하겠지만 그는 분명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이충성 아니 리 다다나리는 축구선수일 뿐이다.
10bird@osen.co.kr
<사진> 도하(카타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