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와 조별 예선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온 국민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선수. 2006년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8년 만의 월드컵 출전 꿈을 접어야 했던 선수. 2010년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섰지만 '골'이라는 한(恨)을 풀지 못한 선수.
바로 19세의 어린 나이로 A매치에 데뷔해 10년 이상 동안 각급 대표팀의 명단에 항상 이름이 올랐던 '라이언킹' 이동국(32, 전북 현대)이다. 비록 월드컵에서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시즌이 끝난 지 벌써 두 달 여. 비시즌이기 때문에 몸무게가 불었을 법도 하지만 브라질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이동국의 얼굴은 어떻게 보면 야위어 있었다. 그만큼 쉬는 기간임에도 몸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소리. 역시 베테랑다웠다.

프로 14년차라는 소리에 이동국은 "벌써 그렇게 됐나요?"라며 반문했다. 그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그의 플레이에도 노련미가 깃들었다. 혹자들은 그의 나이를 꺼내며 체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라운드에서 활동량이 떨어진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이렇게 말했다. "20대 초에는 경기를 할 때 정신 없이 뛰어다녔다. 뛸 때와 안 뛸 때를 가리지 않고 뛰었다"며 "이제는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이동국을 '뛰지 않는 스트라이커' 혹은 '게으른 스트라이커'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이동국의 박스 근처에서 움직임은 재빠르면서도 많이 움직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득점 찬스에서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최강희 전북 감독도 이동국에게 많은 움직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골을 요구할 뿐이다. 전북이 그라운드 위에서의 이동국에게 바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이동국이 부진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2009 시즌에 22골을 기록한 것에 비해 13골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9 시즌에 매우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적다. 이에 이동국은 "공격수로서 소속 팀이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공격 포인트를 많이 올리는 것도 좋지만, 직접적인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동료들이 좋은 플레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면서 "이제는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베테랑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말한다. 공격수는 득점과 기록으로 말한다고. 그렇지만 이동국은 팀이 승리하면 됐지 기록이 뭐가 중요하냐는 입장이다.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내 본연의 플레이가 안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과 관련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지난 시즌 이야기를 꺼내면 안할 수 없는 것이 이동국의 남아공 월드컵 출전. 그러나 이동국이 남아공서 그라운드의 잔디를 밟을 수 있었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단 한 번 찾아왔던 득점 찬스를 놓쳤다.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국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바라는 이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동국의 반응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투였다. "지금 벌써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렇다"면서도 "최근에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해결해야 일이다"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 모습이었다. 즉 대표팀 최전방 자리를 젊은 선수들에게 맡기겠다는 소리였다. 올드 팬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이제 이동국은 소속 팀 전북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부동의 스트라이커다. 전북은 이번 시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 그만큼 그가 소화해야 할 경기도 많다. 이제는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이동국의 모습보다 녹색 유니폼을 입고 국제무대서 활약하는 이동국을 기대할 때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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