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장점이요? 없는 것 같은데".(웃음)
오는 16일 일본 벳푸-미야자키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서 캠프 첫 날부터 합류하는 신인은 단 두 명 뿐이다. 신인 좌완 이현호(제물포고 졸업예정, 2순위)와 외야수 정진호(23. 중앙대 졸업예정, 5순위)가 유이한 전지훈련 참가 새내기다.

왼손 투수라는 차별점 속에 전지훈련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현호와 달리 정진호는 경쟁이 치열한 외야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185cm 75kg의 정진호는 한양대 고종욱(넥센 3순위)과 함께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뽐내며 대학리그 최고 외야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김경문 감독은 정진호를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키며 "송구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그런데 마무리훈련서 주루하는 모습을 보니 1년 정도 경험을 쌓아주면 팀 전력이 될 만한 선수인 것 같더라"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당장이 아닌 미래의 전력감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선수 스스로도 투지를 발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14일 잠실구장서 만난 정진호는 인터뷰 요청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전지훈련 참가 소감에 대해 묻자 "좋아요"라는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산 합류 후 함께 동료들과 운동한 시간을 되새기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이번 전지훈련에 못 가면 올해는 1군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못 보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연히 가고 싶었지만 그저 기대감 뿐이었는데 가게 되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고종욱과 함께 호타준족 외야수로 대학리그를 누빈 동시에 태극마크까지 가슴에 달았던 정진호지만 지명순위는 고종욱보다 낮은 순번을 받았다. 그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러나 요즘 드래프트를 보면 외야수가 아무리 좋은 지명순위를 받아도 구단 3순위 정도잖아요. 원래 5순위 정도 예상했는데 5번째로 뽑혔으니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자신의 장단점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에 "특출난 장점이 없다"라며 겸손하게 답한 정진호는 "어깨가 조금 약해서 송구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지훈련 동안 정확하고 간결한 송구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직 프로 기준으로 봤을 때 부족한 만큼 전체적으로 보완하는 전지훈련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누가 제일 친하냐구요? 동료들 중에서는 (정)수빈이가 제일 친하고 (이)원석이 형도 정말 잘 대해줘요. (임)태훈이랑은 친구인데 투수조, 야수조가 엇갈려 훈련해서 자주 부딪히지는 못합니다".
민병헌 등 외야 자원 3명이 경찰청으로 입대했으나 아직도 두산 외야진 경쟁은 치열하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능력을 지닌 정진호지만 현재 시점에서 그가 1군에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정진호는 경쟁이라는 단어에 손사래치며 "배우는 자세로 전지훈련을 치를 것"이라는 말과 함께 당구의 예를 들었다.
"당구칠 때도 실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치면 느는 것이 없지만 고수와 붙으면 다음에는 더욱 발전하잖아요. 그렇게 훈련하고 싶어요. 저보다 실력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선배들의 장점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세우는 목표는 단연 '1군서의 출장'이다. 정진호는 1군서의 출장을 뛰어넘어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천(두산 2군 훈련장)에서 TV로 지켜보는 것이 아닌 잠실구장 그라운드서 누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말.
"일단 백업 선수로 1군에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풀타임으로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최대한 오래 1군 엔트리에 남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천이 아닌 잠실에서 꼭 보고 싶어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오르려면 당연히 1군서의 활약이 중요하니 일단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오랫동안 올리는 것이 1차 목표에요".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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