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 만약 기회가 한 번 더 온다면 그 때는 결코 놓치지 않겠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에 낙마한 뒤 황재원(30, 수원)이 꺼냈던 얘기다.
당시 황재원은 K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유독 대표팀과는 인연은 맺지 못했다. 대표팀에서는 잦은 실수를 범하며 허정무 전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런 아픔을 겪었던 황재원이 1년 만에 얻은 기회를 헛되이 놓칠 리 만무했다. 황재원이 1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전에서 전후반 90분 내내 쉼 없이 그라운드를 달린 이유다.
황재원은 다른 수비진과 호흡을 맞춘 기간이 짧았지만 성실한 움직임으로 우려를 씻어냈다. 자신의 장기인 공중볼 처리에서도 호주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팀 케이힐과 해리 키웰을 꽁꽁 묶은 것도 황재원의 활약이이었다. 공격에서도 적극적인 세트 플레이 가세와 정확한 롱킥을 선보였다.
조광래 감독이 호주전을 앞두고 다른 수비수들이 아닌 황재원을 선택하면서 기대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물론, 황재원의 플레이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장신 수비수로 스피드가 느린 편인 황재원은 상대의 빠른 스피드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위험 지역에서 불필요한 파울로 수비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반 6분과 30분 키웰에게 내준 두 차례의 프리킥이었다.
후반 15분 다소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내주지 않아도 됐던 코너킥을 허용한 것도 아쉬웠다. 결국 호주의 마일 제디낙에게 실점을 허용했던 코너킥이다.
황재원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시 얻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하는 약점들이다. 과거 곽태휘의 예기치 못한 부상을 놓쳤던 황재원에게는 절실한 문제이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오늘 황재원의 활약은 합격점이다. 준비를 잘했다는 느낌이다. 황재원이 불필요한 파울만 주의한다면 주전 경쟁도 흥미로울 것이다"고 평가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도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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