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FA 제도 희생양' 누가 있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16 07: 57

프로야구 FA 제도 희생양이 더 늘었다. 한화에서 FA를 선언한 투수 최영필(37)과 포수 이도형(36)이 불운의 희생양들이다. 두 선수는 FA 선수 협상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15일 오후 5시까지 계약에 실패, 올해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최영필은 해외진출을 통해서라도 선수생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도형은 은퇴 후 개인사업으로 진로를 틀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불운이었다. 지난해 시즌 종료 뒤 개장된 FA 시장에서 권리를 행사한 선수는 '투타 최대어' 배영수과 박용택 그리고 최영필과 이도형까지 단 4명밖에 되지 않았다. 제도 시행 초기였던 2001~2002년 말 FA 시장과 함께 역대 최소 FA 신청 인원이었다. 한화는 일찌감치 두 선수와 협상 테이블을 접었다. 타구단으로부터도 영입을 제의받지 못한 최영필과 이도형은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
최영필과 이도형의 FA 선언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두 선수 모두 30대 중반 베테랑이라는 점과 턱없이 높은 FA 보상제도 때문에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타구단에서 보상선수와 보상금이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두 선수를 데려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장담할 수 없는 베테랑 선수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 권리인 만큼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댓가는 너무도 잔혹했고 권리는 기회박탈로 이어졌다.

역대 프로야구 FA 시장에서도 많은 희생양들이 있었다. 제도 시행 첫 해였던 1999년 말 송진우 이강철 김동수 등이 FA 대박을 터뜨릴 때 송유석과 김정수는 쪽박을 찼다. 두 선수 모두 베테랑 투수들로 쓰임새가 많았고 1999년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입질을 받지 못했고 결국 계약마감일인 2000년 1월31일 울며 겨자먹기로 원소속구단 LG·해태와 재계약한 후 각각 한화와 SK로 곧장 트레이드됐다. 괘씸죄에 따른 보복성 트레이드였다.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예외는 없었다. 롯데와 LG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정태와 유지현도 FA 시장에서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다소 전성기가 지난 상태에서 FA 자격을 취득한 두 선수는 과거 실적만으로 대우를 받기가 힘들었다. 2002년 말 박정태는 2년간 최대 6억원, 2003년 말 유지현은 1년간 최대 4억3000만원에 계약해야 했다. 계약기간 동안 두 선수의 활약을 보면 구단들의 선택이 합리적이었을지 모르지만 계약 과정에서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가 깊은 상처를 냈다.
2006년 말에는 급기야 FA 미아가 발생했다. 한화에서 FA를 신청한 차명주는 구단의 계약안에 동의하지 못했고 결국 은퇴를 택해야 했다. '풍운아' 노장진도 같은 해 FA 시장에 나왔으나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영입 제의를 받지 못하며 강제 은퇴했다. 2007년 말 KIA 이재주와 2009년 말 삼성 박한이처럼 매년 FA 시장에서 찬밥대우를 받으며 마음고생한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올해는 최영필과 이도형이라는 4년 만의 FA 미아가 2명이나 발생했다. FA 제도를 부분 수정했으나 준척급 선수들이 가질 수 있는 운신의 폭은 여전히 좁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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