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8도까지 내려갔다. 96년 만의 맹추위로 이날 하루에만 부산 지역에는 무려 50건의 수도계량 동파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직실내체육관만은 예외였다. 기록적인 추위마저 녹일 정도로 뜨거운 승부를 연출한 것이다.
부산 KT와 전주 KCC의 시즌 4차전이 열린 부산사직실내체육관. 추운 날씨와 강풍에도 불구하고, 무려 7893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2일 원주 동부전 7729명을 넘어서는 올 시즌 KT의 홈 최다관중.

그럴 만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KT는 최근 5연승으로 절정을 달리고 있다. '전창진 매직'이 발동하면서 부산에도 농구붐이 일어날 조짐이다. 이에 맞서는 4위 KCC도 6연승 포함 최근 15경기에서 14승을 거둘 정도로 가공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팀이었다.
KCC가 최근 15경기에서 유일하게 패한 경기가 바로 KT전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승부는 더욱 흥미로웠다. 올 시즌 KT는 높이의 열세에도 KCC전 3경기를 모두 승리할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양 팀 모두 최고조의 상태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기대대로 경기내내 화끈하게 득점을 주고받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들이 이어졌다.
KT는 높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하승진에게 파울작전을 쓰지 않았다. 경기 전 만난 KT 전창진 감독은 "요즘 하승진에게 파울 작전을 너무 과하게들 한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이어지는 파울 작전은 보는 팬들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KT는 하승진에게 파울 작전 대신 효과적인 더블팀과 그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을 막는 데 집중했다. 경기는 끊김없이 훨씬 매끄럽게 진행됐다. 앉은 채 리바운드를 잡고 작전타임을 요청한 박상오처럼 중간중간 선수들의 재치있는 플레이도 나왔다.
1쿼터에서 KT가 6점차로 리드한 이래로 경기 내내 이 점수차가 유지됐다. KT가 주도권을 잡으면서도 KCC가 추격권에서 벗어나지 않는 시소경기가 연출됐다. 뒷심이 강한 KCC는 기어이 4쿼터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하승진의 높이가 승부처에서도 유감없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저력의 KT도 만만치 않았다. 종료 15초를 남기고 제스퍼 존슨이 극적인 동점 3점포를 작렬시킨 것이다. 지난달 29일 전주에서 벌어진 3차전에 이어 또 한 번 연장승부에 돌입하는 순간이었다.
연장전에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거듭됐다. 골밑이면 골밑, 외곽이면 외곽 위치와 자리를 가리지 않고 득점을 주고받았다. 승부는 연장전을 이끈 존슨의 손끝에서 또 한 번 해결됐다. 존슨은 종료 1분59초를 남기고 승부를 뒤집는 역전 3점포를 작렬시킨 데 이어 마지막 자유투 4개까지 모두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KT의 96-91 극적인 연장승. KCC의 연승은 또 한 번 KT에 의해 좌절됐다. 하지만 KT와 KCC는 또 한 번의 명승부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흥행카드로 급부상했다.
waw@osen.co.kr
<사진> KB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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