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이름값은 부족할지 모른다. 게다가 주어질 보직은 또 마무리다. 하지만 리빌딩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구미에 맞다.
한화는 지난 16일 도미니카 출신의 우완 투수 오넬리 페레즈(28)와 총액 27만 달러에 계약했다. 기존의 훌리오 데폴라와 재계약한 한화는 투수 2명으로 외국인선수 조각을 끝마쳤다. LG·두산·삼성 등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준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눈높이를 대폭 올려놓은 탓에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페레즈의 영입이 아쉬울지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진다.
1983년생으로 나이가 젊은 페레즈는 선수생활 대부분을 중간-마무리로 활약했다. 마이너리그에서 6년간 통산 266경기에서 선발등판은 28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성적은 26승23패34세이브 평균자책점 3.36. 지난해에는 세인트루이스 산하 트리플A 멤피스에서 활약하며 2승7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5.09로 다소 부진했지만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2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로 위력을 떨쳤다.

한화 구단에서는 페레즈에 대해 '150km 빠른 직구와 낙차 큰 변화구가 강점인 전문 마무리'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수비와 견제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달았다. 마무리로서 좋은 구위와 함께 결정구를 갖고 있다는 뜻. 또한 최근 한국에서 빠른 주자들에 대한 수비와 견제에서 어려움을 겪은 외국인 투수들이 많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안정된 수비와 견제 능력도 플러스 요인이라 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하위팀이 외국인 마무리를 쓰는 것은 낭비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화 입장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뒷문 불안으로 내준 경기가 많았던 한화로서는 확실한 소방수가 필요하다. 박정진이 있지만, 불펜에 좌완 투수가 그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중간이 더 효율적이다. 뒷문이 안정되면 '에이스' 류현진이 부담을 덜 수 있다. 지난해 류현진은 무려 23경기에서 7이닝 이상 던졌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페레즈가 자리를 잡는다면 박정진-윤규진-양훈으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중간진이 형성된다.
한대화 감독은 "타선도 문제지만 마운드라도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마무리가 필요했다. 불펜이 안정되면 류현진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하나는 리빌딩 측면도 있다. 외국인 투수에게 선발 자리를 맡기는 것보다 젊고 유망한 선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주는 효과가 있다. 한화는 슈퍼루키 유창식을 비롯해 유원상 김혁민 안승민 장민제 등 잠재력있는 투수들이 있다. 페레즈의 영입은 리빌딩을 주창하고 있는 한화 입장에서는 알맞은 선택.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고 젊은 투수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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