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관계의 형성인가.
전주 KCC의 브레이크가 또 다시 부산 KT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올 시즌 프로농구 최다 7연승을 노렸던 KCC는 지난 16일 KT와 원정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91-96으로 패했다. 지난달 29일 KT와 홈경기에서도 연장 승부에서 108-113으로 패하며 7연승에 실패했던 KCC는 18일 만에 다시 만난 KT에게 또 분패했다. KCC는 최근 14경기에서 12승2패를 거뒀는데 그 2패를 모두 KT에게 당했다.
이로써 KCC는 올 시즌 KT와 4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졌다. 1차전은 하승진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2차전에서는 하승진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상황이었다. 하승진이 정상 컨디션으로 뛴 3~4차전에서 진검승부를 벌였으나 모두 한 끗 차이로 아쉽게 졌다. 향후 플레이오프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팀인데 이렇게 밀려서는 좋을 게 없다. 이렇게 KCC가 KT를 만날 때마다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KT의 부지런한 움직임이다. KCC 허재 감독은 KT에 대해 "많이 뛰어다니는 팀"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 말대로 KT는 경기 내내 쉴새없이 움직였다. 높이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공수에서 한발짝 더 뛰고 팔이 길게 뻗었다. 제스퍼 존슨과 박상오가 매치업된 하승진을 외곽으로 끌고 나왔고, 그로 인해 생긴 골밑 공간을 국내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파고 들었다. 송영진을 투입한 장신라인업 대신 조동현이 중심이 된 스몰라인업도 좋았다. 전창진 감독도 "전반까지는 스몰라인업이 잘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KT의 공격을 KCC는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특히 존슨에 대한 수비가 되지 않았다. 크리스 다니엘스를 붙였지만, 발이 느려 외곽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다니엘스의 외곽 수비와 집중력이 부족한 탓에 존슨에게 너무 많은 득점을 내줬다"고 지적했다. 존슨은 "KCC는 신장이 크지만 스피드가 느리다. 우리가 더 빨리 움직이고 패스하면서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존슨이 안쪽, 바깥쪽을 차례로 공략하자 KCC 수비도 흔들렸다. KCC의 수비 로테이션이 KT의 모션 오펜스를 따라가지 못했다.
공격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해 4강 플레이오프에서 KT를 농락했던 전태풍이 살아나지 못했다. 허 감독은 "KT는 전태풍이 공도 잡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따라붙을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현실화됐다. 양우섭과 박성운이 집요하게 괴롭혔다. 게다가 전태풍은 직전 경기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당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승진이 26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리고 다니엘스가 21점으로 뒷받침했으나 나머지 선수들의 외곽 지원이 미비했다.
그러나 여전히 KT 전창진 감독은 KCC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 감독은 "선수들이 KCC는 강팀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난 것"이라며 "KCC와는 매번 어렵게 경기한다. 연장만 두 번이나 가지 않았나. 자신감을 가질 만한 상대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여전히 높이에 대한 부담이 있고, 막판 집중력에 따라 언제든 결과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KCC 허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허 감독은 KT전 4연패에 대해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정상대로만 하면 괜찮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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