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야기를 했어? 그럼 칼을 뽑는 데 꽤 시간이 걸린 건데".(웃음)
구위는 나무랄 데 없었으나 경기 운영 능력이 아쉬워 실전서 활용도가 떨어졌던 만년 유망주. 그가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2011시즌을 준비한다. 극적으로 벳푸-미야자키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어 출국한 프로 9년차 우완 노경은(27. 두산 베어스)의 어깨가 다시 덥혀지고 있다.

지난 2003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두산의 1차 지명(계약금 3억5000만원)으로 데뷔한 노경은은 그동안 묵직한 볼 끝으로 팀 내 기대를 모았으나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07년 1승을 거둔 뒤 3년 간 무승에 그쳤던 노경은의 통산 성적은 72경기 6승 8패 1홀드 평균 자책점 5.90.
2005, 2006년 공익근무 기간을 제외하고 노경은은 해마다 4,5선발급 후보로 가능성을 시험받았으나 번번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와 함께 팬들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선수 본인 또한 점점 마운드서 위축된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시즌 막판에는 발목 및 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교육리그와 마무리 훈련에도 나서지 못했다.
"몇 년 간 우왕좌왕하면서 크지 못한 케이스다. 구위는 정말 좋은데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잘 몰랐던 것이다". 자신이 지휘봉을 잡았던 첫 해인 2004년, 선발로도 기회를 주고자 했던 노경은에 대해 김 감독은 진지한 눈매로 감독실 전지훈련 참가 뎁스 테이블을 지켜봤다.
새해를 맞으며 노경은은 "스물 여덟이 되는 해 '장군이 칼을 뽑는 때'라는 점괘가 나왔다"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생각만큼 야구가 되지 않아 힘들었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공을 잡는 계기 중 하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재우 형이 '언젠가 직구만 던져도 타자가 공략하지 못하는 날이 있고 그런 날이 몇 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힘내라'라고 격려해 주시더라구요. 이젠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니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지겠습니다".
우완 박정배의 팔꿈치 부상으로 전지훈련 막차를 탄 노경은의 점괘 이야기를 김 감독에게 꺼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그럼 칼을 좀 늦게 뽑는 건데"라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기대감을 비췄다. 2011시즌 김 감독의 전략 중 하나가 '롱릴리프 요원의 확충'이기 때문이다.
"선발투수가 흔들리는 기미가 보이면 이기는 경기를 위해 조기 강판이라는 강수를 둘 것이다. 그 대신 1군에서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롱릴리프 요원을 많이 키워 한 시즌을 확실히 버틸 수 있는 투수진으로 만들고 싶다". 전지훈련서 뜨거운 경쟁 체제를 구축할 예정인만큼 또 하나의 후보 노경은에게도 기회가 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계약 마지막해를 앞둔 김 감독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칼을 뽑는 노경은.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 속에 새 시즌을 준비하는 노경은이 우승에 목마른 김 감독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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