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만한 크기의 카타르의 인구는 약 170만 명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카타르인들은 20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비스업을 비롯해 일반인들이 하기 힘든 일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을 취재하면서 대부분 미디어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지만 가끔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도와 에티오피아 출신의 기사가 많습니다. 그런데 인도와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한국시간) 택시를 통해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 반가운 인삿말을 들었습니다.
목적지를 말한 뒤 혼잣말로 "피곤하네..."라고 말하자 기사가 "안녕하세요"라는 또렷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낯선 피부색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을 듣게 되자 너무 반가워서 사정을 물었더니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스리랑카 출신의 넬슨(47) 씨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의 단추공장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넬슨 씨는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 상황이지만 넬슨 씨는 당시 자신이 일했던 공장의 사장과 친구들의 이름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임금 체불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행복한 한국생활을 했다고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현재 생활하는 카타르의 임금은 큰 차이가 난다는 넬슨 씨는 다시 한국에 가고 싶어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있던 마지막 2년간 불법체류를 했기 때문에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리움만은 여전했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서 한국의 경기 결과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넬슨 씨는 기자에게 "소주가 먹고 싶더라도 참으세요. 이 나라는 술 먹으면 안 됩니다"라면서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고 떠났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당당히 어깨피고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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