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인 이학주(21)가 2011시즌 내에 '추추트레인' 추신수(29)가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 승격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8일 (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와 시카고 컵스 사이에 탬파베이 '15승 투수' 맷 가르자를 포함한 3-5 멀티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이학주는 가르자의 반대 급부 중 탬파베이가 원하는 핵심 선수로 지목 받고 팀을 옮기게 됐다.
이학주는 17일 오후 OSEN 사무실을 방문, 트레이드 직후 심정과 올 시즌 각오를 밝혔다. "설마 내가 트레이드 될까 생각했다"던 이학주는 "이제는 새 팀에서 잘 적응해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마음밖에 없다"며 "날씨가 춥지만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학주가 직접 밝힌 트레이드 비화 등을 2편에 걸쳐 소개한다.

▲컵스 특급 유망주였던 이학주
우투좌타 유격수인 이학주는 지난 2008년 충암고 시절 시카고 컵스와 계약금 115만 달러(약 13억 원)에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입단 직후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해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2009년 컵스 산하 싱글A 보이스 호크스에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하이 싱글A 피로리아에서 뛴 이학주는 2010올스타 퓨처스 게임에 세계팀 대표로 선발돼 경기에 출장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성적은 122경기에 출장 2할8푼2리의 타율과 137안타 1홈런 40타점 32도루. 매년 컵스 유망주 랭킹 상위에 올랐던 이학주. 올해도 컵스 전체 유망주 랭킹 4위였으나 그의 뛰어난 실력이 탬파베이의 눈을 매혹시키며 트레이드에서 선택 받았다.
▲"트레이드? 말이 씨가 됐어요"
이학주는 "사실 내가 트레이드 될 것 같다는 말은 6개월 정도 전에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자신과 가장 친한 팀 동료인 로건 와킨스(21)의 농담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이학주는 지난해 스프링 캠프에서 자신과 함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출장했던 카스트로가 지난 5월 8일 메이저리그에 승격되자마자 데뷔 첫 타석에서 스리런 홈런을 포함 5타수 2안타 6타점 맹타를 날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신과 실력 차이가 크지 않았던 카스트로가 메이저리그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이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싱글A에서부터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던 동료 2루수 와킨스가 퓨처스를 마치고 돌아오자 이학주에게 "너 아마도 트레이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카스트로가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다 열이 받았던 이학주는 와킨스의 한 마디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너무 열 받아서 때릴 뻔 했다"며 당시를 떠올린 이학주는 "그런데 2년 동안 룸메이트로 지내며 나는 한국말을, 그 친구는 내게 영어를 가르쳐 줬을 정도로 친했기에 '너 한번만 그런 소리 하면 가만 안 둔다'고 경고하자 그 친구가 미안하다고 그래서 넘어갔다"고 추억했다.
트레이드 직후 와킨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학주에게 새로운 팀에서 잘 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학주는 "차마 네가 한 말이 맞았다는 말은 못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굿바이 컵스, "한국인 동료들이 생각나네요"
트레이드 직후 이학주는 "지난 2년 동안 함께했던 컵스에 한국 친구들과 성민규 코치님을 떠나 혼자 다른 팀으로 가려니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이 느끼는 고충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외로움이다. 이학주는 컵스에서 이대은, 하재훈 등 한국 선수들이 많아 외로움 가운데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가족처럼 지냈다.
특히 이학주는 성민규 코치를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다"고까지 표현했다. 둘 사이에 각별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학주는 지난 2008년 시카고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한국에 일찍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수술 대신 재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 코치는 이학주의 여권을 빼앗아 버리고 "한국 가려면 가라"고 혼냈다. 이학주는 어쩔 수없이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집도의는 "어떻게 이 몸으로 야구를 하려고 했냐"며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이학주도 "그때 생각하면 성 코치님께 정말 감사하다. 성 코치님도 '나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농담을 하신다"며 웃었다.
이학주는 또 "미국에서 우리랑 함께 하시면서 내가 늦은 밤에도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다 사다 주셨다. 그런데 이제 성 코치님과 함께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이내 "이걸 이겨내야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내 강한 마음을 먹었다. 성 코치 역시 이학주에게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컵스에서 한 정도면 충분하다.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며 이학주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현재 이학주는 안양에서 충암고 1년 후배 문찬종(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과 함께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agassi@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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