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손이 투수' 오넬리 집중분석, 한화 수호신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18 10: 38

전력보강이 없는 최하위 팀에게는 외국인선수가 절대 변수로 작용한다. 한화가 영입한 외국인투수 오넬리 페레즈(28)는 그래서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여섯손가락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육손이 투수' 오넬리가 과연 한화의 수호신이 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섯손가락을 지녔던 안토니오 알폰세카가 2000년 구원왕으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 육손 투수가 걸어온 길
1983년 도미니카 태생인 오넬리는 2001년 센디에이고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양손으로 여섯 손가락이었지만 어린 시절 수술을 통해 공을 던지는 오른손은 다섯 손가락이다. '육손'이 투구에는 지장이 없다. 입단 당시에는 내야수로 계약했으나 2003년 투수로 전향했다.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당한 뒤 2004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싱글A에서 4승2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3.71로 호투하며 투수로서 가능성을 확인시킨 이후 매년 상위리그로 진출하며 성장가도를 내달렸다.

특히 2009년 세인트루이스 산하 트리플A에서 8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2로 맹활약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는 2승7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5.09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14경기에 나와 14⅔이닝을 던져 2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로 위력을 떨쳤다. 물론 윈터리그 기록은 믿을게 못 된다. 호세 카페얀은 오넬리에 1년 앞서 선발투수로 윈터리그를 장악한 투수였다. 당시 성적은 10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2.66. 오넬리보다 36이닝을 더 던지면서 거둔 성적이다.
▲ 투구폼에 따른 장단점
오넬리는 팔 각도가 사이드암에 가깝다. 이 때문에 볼 끝이 지저분하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 유행한 싱킹 패스트볼성 공을 던진다. 한화 구단은 "몸쪽 싱커 구사능력이 뛰어나 땅볼 유도 빈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최고 150km와 평균 145km 나오는 직구가 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최근 3년간 트리플A 9이닝당 탈삼진이 8.3개로 구위는 좋다. 데뷔 후 이렇다 할 부상이 없을 정도로 몸도 튼튼하다. 구단 리포트에 따르면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성향으로 범타 유도를 많이 하고 볼넷 허용이 상당히 낮다'는 평가. 변화구로는 각도 큰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고 있다. 범타 유도가 많은 만큼 내야진의 안정된 수비가 필수적이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형으로 우타자에게는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9년 트리플A에서 111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1푼3리에 불과했다. 우타자 입장에서는 대각선으로 공이 날아와 시야에서 멀어지는 타입이다. 그러나 좌타자들은 시야에 확들어오기 때문에 오히려 공략하기가 편하다. 실제로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4할9리에 달했다. 국내 프로야구에 수준급 좌타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이 페레즈의 성공을 향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수비·견제능력 합격점
외국인 투수치고 빠른 퀵모션과 견제능력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지난 몇 년간 국내 무대에 발을 디딘 외국인 투수 중에는 상당수가 위력적인 공에도 불구하고, 느린 퀵모션과 미흡한 견제능력으로 주자들에게 '무더기' 도루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도루허용 상위 3명도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주자들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것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기동력이 대세. 한순간 찰나의 싸움을 위해 집요하게 약점을 찾아 분석하고 공략한다.
하지만 페레즈는 세트 포지션에서 퀵모션이 매우 빠르고 전체적인 수비 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 구단은 "주자견제와 수비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물론 수비나 견제보다 중요한 건 투구내용이다. 카페얀의 도루저지율은 6할이었으나 승률은 제로였다. 반면 켈빈 히메네스의 도루저지율은 1할2푼9리에 그쳤지만 승률은 무려 7할3푼7리였다. 좋은 수비보다는 좋은 투구가 우선이다.
▲ 익숙한 마무리 보직
한화는 페레즈를 마무리로 쓸 계획이다. 페레즈는 선수생활 대부분을 중간-마무리로 보냈다.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도 위기에 강한 마무리의 면모를 보였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7푼7리에 불과했고, 14⅔이닝 동안 탈삼진 12개를 잡아냈다. 3년 연속 도미니카 리그 팀 세이브 기록을 경신할 정도. 한화 구단도 "선발 경험이 있으나 구원 등판에서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성향으로 승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볼넷 허용이 적은 투수로 세이브 상황에 최적화된 투수로 판단된다"고 했다. 터프한 상황에서 힘을 낼 수 있는 투수라는 점에서 기대를 가질 만하다. 페레즈도 "리드하고 있는 경기에서 반드시 팀의 승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한화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마무리를 보유한 경험이 있는 팀이다. 2년간 활약한 브래드 토마스가 데뷔 첫 해였던 2008년 31세이브로 역대 외국인 최초로 한 시즌 최다 세이브를 달성한 바 있다. 확실한 마무리가 있으면 선발투수들이 부담을 덜 수 있다.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얼마나 자주 만들어질지가 변수지만 지난해 한화는 뒷문이 약해 선발을 오래 끌고 가다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마무리가 튼튼하면 중간이 두터워져 마운드 운용에 있어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길 경기는 확실하게 이기면서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페레즈가 토마스 못지 않은 특급 수호신이 된다면 한화도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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