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병기' 윤석민과 김경문 감독의 시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1.19 07: 55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체력을 물려받은 선수다. 다만 예전에는 다부진 모습이 부족했지".
 
지난해 8월 하순.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의 원정경기를 준비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 가운데 유독 한 선수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년 만의 1군 복귀였으나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다른 선수와 맞교대해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했던 처지. 동료들도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저마다 어깨를 쓰다듬으며 기를 북돋워주려했고 선수는 힘없이 구장을 떠나 홀로 서울로 올라갔다.

 
주인공은 윤석민(26). KIA 우완 에이스이자 구리 인창중 1년 후배인 윤석민과 동명이인으로 2007시즌 후에는 상무 입대와 관련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행정 착오로 2008시즌 도중 공익근무 입대하기도 했던 비운의 유망주다.
 
180cm 86kg로 체구는 큰 편이 아니지만 일발장타력과 컨택 능력을 갖췄으며 공익근무 이전에는 2군서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이 보장되었던 타자. 데뷔 2년차였던 2005시즌에는 네덜란드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도 승선해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소집해제와 함께 2군 경기에 출장한 윤석민은 65경기서 3할3푼3리 17홈런 59타점의 성적을 올리며 단숨에 2군 중심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다. 소집해제 막판 휴가를 활용해 2군 훈련장인 이천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기는 했으나 2년 간 실전감각이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분명 좋은 활약상이었다.
 
만약 2군서 풀타임으로 나섰다면 26~27개의 홈런으로 2군 신기록을 세웠을 법도 했다. 선수 본인 또한 "공익근무 기간 동안 모교(구리 인창고)에서 티배팅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홈런이 잘 나올 줄은 몰랐다"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티배팅 연습을 통해 공에 힘을 모으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김경문 감독 또한 윤석민에 대해 "충분히 잠재력을 갖춘 선수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다부진 모습이 부족했다"라며 "마무리 훈련 기간 동안 수비력도 좋아지고 전체적으로 기량이 성장했다. 1군 내야진서 활용할 만한 재목"이라고 답했다. 주포 김동주가 우리나이로 서른 여섯에 이르렀다는 점과 또 한 명의 3루수인 이원석의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떠올려보면 올 시즌은 물론 훗날의 대체자가 될 수 있다는 하나의 복선이다.
 
당장이 아닌 내후년과 그 이후를 감안해도 윤석민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또 한 명의 중심타자 최준석이 올 시즌을 마치고 병역 의무를 수행할 경우 두산은 그를 대체할 오른손 거포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또 한 명의 우타 거포 유망주 이두환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나 그 또한 병역 의무를 해결하지 못했다. 팀 내에서 '병역 필자 우타 거포 유망주' 윤석민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히든카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석민은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올 시즌 1차 목표로 삼았다. 어떻게 보면 소박하고 어떻게 보면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한 윤석민이 껍질을 깨고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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