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OB맨' 이도형이 떠올리는 '95년의 추억'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1.19 07: 57

1995년 OB 베어스. 이제 진짜 추억이 되어버렸다. 1995년 OB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중 유일하게 현역으로 남아있던 이도형(36)마저 은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경현과 함께 이도형이 유이한 1995년 우승 멤버로 남아있으나 두 선수 모두 지난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게 됐다.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지만, 이도형은 OB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1993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고졸 우선지명으로 OB에 입단한 이도형은 3년차가 된 1995년부터 주축선수로 뛰어올랐다. 95경기에서 타율 2할9푼 14홈런 48타점으로 불방망이를 뽐냈다. 특히 홈런 14개 중 12개가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 나왔다. 당시 한 시즌 잠실구장 최다홈런. 그래서 '잠실 홈런왕'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종전 최다홈런은 11개였는데 송구홍 김동수 유지현 등 모두 LG 선수였다.
1995년 OB는 드라마틱한 팀이었다. 전년도 선수단 이탈 파문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김인식 감독이 새로 부임한 후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김상진-권명철의 원투펀치와 박철순-이용호-진필중-김경원이 불펜을 책임졌다. 여기에 톱타자 김민호와 홈런왕 김상호 그리고 소년장사 심정수와 이도형이 타선을 이끌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27경기에서 20승을 쓸어담으려 LG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4승3패로 꺾으며 드라마 같은 한해를 완성했다.

이도형은 "그때 당시 OB는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김인식 감독님의 지도가 남달랐다. 이전에는 무조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반복훈련만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김 감독님은 자율적이었다.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고참들과 관계가 부드러웠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지도 방식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OB가 고참들도 많았지만 어린 선수들도 많이 키워주던 시기였다. 전력도 강했고 분위기도 참 좋았다. 멋모르고 하던 시절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도형은 OB팬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OB 어린이 회원에 가입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OB팬이었다. 처음 입단해서 받은 OB 유니폼을 잊을 수 없다"며 웃어보였다. TV로만 보던 박철순의 공을 직접 받은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주전 포수로 처음 출전한 날 선발투수가 박철순 선배였다. 그때 기분이 생생하다.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는 것이 이도형의 회상이다.
그날 경기도 어제 일처럼 기억난다. 이도형은 "박철순 선배와 호흡을 맞춘 첫 경기 첫 이닝부터 8실점했다. 박 선배도 포수가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리드를 하니까 짜증이 나셨는지 화를 많이 내셨다. 나중에 따로 불러서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느낀 게 많았다. 나이는 어리지만, 포수는 투수를 책임져야 하는 포지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넘어가기에는 프로고 직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날 경기에서 OB는 바로 다음 이닝에 9득점하며 역전승했고, 그것이 이도형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음은 당연했다.
이도형은 "OB 시절이 많이 생각나고 그립다. 한화로 트레이드될 때에도 내가 요구해서 이적한 것이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팀을 떠나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팀을 떠날 때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OB는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다. 예전 OB에서 했던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팬들께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waw@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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