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말요?".
후배 김태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자 선배 이도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서장훈 선수가 친구라구요?". "그래, 내 친구라니까".

프로야구 한화에서 FA로 풀린 뒤 계약을 하지 못해 은퇴를 결정한 이도형(37)은 요즘 동갑내기 친구인 서장훈(37· 전자랜드)을 보면 뿌듯하다. 아쉽게 녹색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지만 아직까지도 코트를 호령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다.
이도형과 서장훈은 서울 학동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 둘 모두 OB 어린이 회원에 가입할 정도로 열렬 OB팬이었고, 5학년 때 함께 글러브와 방망이를 잡았다. 서장훈은 투수로 공을 던졌고 이도형은 포수로 앉아 그의 공을 받았다.
중학교를 다른 곳으로 진학했지만 서장훈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1학년 때 이도형이 있는 휘문중으로 전학왔다. 그러나 이도형과 더 이상 배터리를 이룰 수 없었다. 타고난 키 때문에 서장훈이 농구부에 스카우트됐기 때문이었다.
이도형은 고개를 든 채로 "장훈이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었다. 내가 포수를 보면서 장훈이 공을 받았다"며 "워낙 친한 사이라 중간에 야구 대신 농구를 하게 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휘문중-휘문고 같은 울타리에서 지내며 자주 봤다"고 떠올렸다.
이도형은 휘문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OB에 입단하며 프로에 직행했고 서장훈은 연세대로 진학했다. 이후 둘은 함께 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과시했다.
가끔 농구 중계를 본다는 이도형은 본능적으로 서장훈을 찾는다. 그는 "농구를 볼 때마다 장훈이부터 찾는다. 볼 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그 나이에 그 정도로 뛰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지금까지 크게 안 다치고, 부상없이 잘하고 있어 보기 좋다. 친구로서 정말 자랑스럽다. 체력관리도 정말 잘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친구다. 말도 잘하고 똑똑한 데다 영리하기까지 하다"며 친구 자랑을 늘어놓았다.
서장훈은 올 시즌 31경기 모두 출장해 경기당 28분22초를 뛰며 평균 16.7점 5.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선수 득점 5위, 리바운드 6위에 랭크돼 있다. 그야말로 노장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대단한 성적.
소속팀 인천 전자랜드도 22승9패로 리그 전체 2위에 올라있다. 일반적으로 센터들의 노쇠화가 빨리 온다는 점에서 서장훈의 여전한 존재감은 경외감마저 준다. 그만큼 스스로를 강하고 엄하게 단련시키고 있다.
이도형은 FA 신청의 불똥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친구 서장훈은 올 시즌을 마치면 3번째 FA 대박이 기대된다.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이라 토종 빅맨의 가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
이도형은 "장훈이가 제발 다치지 않고 장수했으면 좋겠다. 친구 마음으로는 환갑 때까지 농구했으면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정작 본인은 은퇴하지만 친구 서장훈을 바라보며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이도형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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