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31번을 달려고 하다가 6번을 달았지요. 52번이요? 숫자에 큰 의미는 없어요".
예년과 다른 삭풍이 부는 가운데서도 그는 몸에서 연신 김을 내뿜으며 훈련에 몰두했다. 멀티 내야수 유망주 김재호(26. 두산 베어스)가 바뀐 등번호와 함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011시즌을 맞는다.

지난 2004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재호는 상무 제대 후 복귀한 2008시즌 전반기서 이대수(현 한화)를 제치고 선발 유격수로 자주 출장하며 신인왕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112경기에 출장해 2할4푼9리 1홈런 21타점 12도루를 기록, 첫 풀타임 시즌서 일말의 가능성을 비췄다.
2009년에도 김재호는 주전 2루수 고영민의 발목 부상 공백을 틈 타 대체 선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타율은 2할3푼9리에 그쳤으나 2루수로서 김재호가 저지른 실책은 단 한 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아쉬움이 짙었다.
83경기 102타석서 2할2푼4리 8타점 5도루에 그친 김재호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배회했다. 설상가상 시즌 중에는 트레이드 루머에도 휘말리며 2군에 다녀오는 아픔을 겪기도.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 이나오 구장서 훈련 중이던 김재호는 지난 시즌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다 지난 일인데요. 옛날 일을 다시 떠올려 봐야 지금 도움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2011시즌을 앞두고 김재호는 데뷔 이후 줄곧 달았던 6번을 버리고 52번을 새 번호로 점찍었다. "원래 지난해 52번을 달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6번을 그대로 달았다"라고 밝힌 김재호는 자신의 등번호 변천사를 이야기했다.
"고교 시절에는 31번을 달았어요. 그런데 두산에 입단하니 한 선배가 31번을 달고 있어서 6번을 택했습니다. 52번의 의미요? 특별히 부여한 것은 없습니다".(웃음)
새 각오로 새해를 맞는 김재호에 대해 김경문 감독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손시헌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는 것은 힘들지만"이라고 먼저 이야기한 김 감독이지만 "그래도 풀타임을 치르는 데 있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재호는 분명 1군에 필요한 선수다. 조금 더 과감하게. 주루 플레이도 곁들이면서 팀 승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스타가 아닌 '소금' 같은 존재가 되어주길 바라는 뜻.
그러나 김재호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며 스스로 기회를 얻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긍정적인 자세로 재미있게 플레이를 소화하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김재호는 웃으며 특별 수비훈련에 나섰다.
"1군에서 자리를 잡느냐 못 잡느냐는 제가 하기 나름이에요. 특별히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재미있게 야구를 하면서 즐기고 싶습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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