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투수 김성현, 백넘버 '0'으로 교체한 이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1.20 07: 18

"평균자책점 0점대를 향해서".
신묘년을 맞은 넥센 히어로즈 김성현(22)이 백넘버까지 바꾸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성현은 작년 7승을 올렸다. 패전수(8패)나 4.90의 평균자책점이 아쉽긴 하지만 외국인 투수 번사이드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거뒀다. 넥센이 7위에 그치면서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김성현의 발견 때문이기도 했다.

당연히 김시진 넥센 감독은 올 시즌 선발 후보에 김성현의 이름을 올렸다.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차려진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발진으로 다듬어 간다는 복안이다. 구단도 3000만 원에서 93.3%가 인상된 5800만 원을 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성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선발 후보군에 포함된 것에 대해 "항상 무한경쟁 속에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 김성현이다. 이어 "선발 후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발을 해야 한다"며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김성현은 올 시즌 백넘버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투수로는 거의 보기 드문 '0'이 김성현의 새 등번호다. 공필성 롯데 코치가 현역시절 달았던 번호로 유명한 '0'은 SK 김강민, 롯데 정보명의 번호로도 알려져 있다. 다 야수들이다. 김성현 입장에서는 제주 관광고를 졸업한 후 넥센 창단 해였던 2008년 입단했을 때부터 달던 '53'과 작별을 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현은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면서 "평균자책점 0을 향해서 가고 싶다. 또 10승을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며 농담을 섞어 설명했다.
신인시절 김성현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창단 첫 해 신인이기도 했지만 시즌 전부터 '싹수'를 인정받았다. 선동렬 전 삼성 감독 등 각 팀 감독들이 하나같이 김성현을 칭찬할 정도였다. 이에 이광환 당시 히어로즈 감독은 김성현을 마무리로 전격 기용하기도 했다. 김성현은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신인의 패기로 신인왕과 40세이브에 도전하겠다"면서 당당하게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승리 없이 1세이브에 4패만 기록했다. 2009시즌 2승(4패)을 거뒀으나 평균자책점이 7.13으로 역시 쉽지 않았다.
"신인시절이 약이 됐지만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김성현은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도 없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실력도 받쳐줘야 했는데 그게 안됐다. 그래서 후폭풍이 심했다"고 돌아봤다. 넘치는 자신감이 도리어 화가 됐다는 뜻이었다. 이 때문인지 2008시즌 후 어깨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김성현은 "작년 후반 때처럼만 하면 좋겠다. 하지만 잘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운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올해가 바로 그것을 알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성현이 선택한 백넘버 '0'은 모든 것을 처음에서 다시 시작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에 확실한 선발진 합류와 함께 선발 10승과 평균자책점 0점대 목표까지 분명하게 포함돼 있다. 4년차가 된 올해를 지난 3년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한편 김성현이 달았던 '53'은 한양대 출신의 대졸 신인 고종욱이 가져갔다. 고종욱은 빠른 발과 타격 재능으로 1군 진입을 노리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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