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시작한 리빌딩.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미래를 기다리는 마음도 꼭 희망찬 것만은 아니다.
안양 인삼공사는 20일 현재 10승24패로 리그 9위에 그치고 있다.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재편하고 있는 인삼공사로서는 9위라는 성적이 어느 정도 예상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성적이 나쁜데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아무리 희망 찬 미래가 기다린다고 해도 지금 당장 처해 있는 상황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면 그것 또한 힘든 일이다. 인삼공사 이상범(42) 감독의 마음이 지금 딱 그렇다.
▲ 배짱으로 시작한 리빌딩

인삼공사는 2008~2009시즌을 마친 뒤 과감한 결정을 단행했다.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특급 포인트가드 주희정을 서울 SK로 넘기면서 신인왕 출신 김태술을 받았다. 하지만 김태술을 영입하자마자 곧바로 군입대시켰다. 같은 시기에 양희종과 김일두도 입대했다.
시즌 중에는 나이젤 딕슨을 부산 KT로 보내고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았다. 정식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이상범 감독은 첫 시즌을 8위(16승38패)로 마쳤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리빌딩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왕할 거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결심했다. 속된 말로 똥배짱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의 주축이 어린 선수들이라 힘들 수밖에 없다.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몇 년째 바닥에서 기고 있으니 속편할리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중 구단 사장이 바뀌면서 감독직이 위태로웠던 시절도 한때 있었다. 그는 "아무리 리빌딩이라도 성적이 나지 않으면 힘들다. 그러나 스스로 약속한 일이고 포기할 수 없다"며 뚝심을 드러냈다.
▲ 미래와 현재 박찬희-이정현
올 시즌 인삼공사가 기대를 모은 이유는 '신인 듀오' 박찬희와 이정현 때문이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2순위로 지명된 둘은 인삼공사의 미래이자 현재다. 지금 당장 팀 기둥이 이들이다. 이 감독은 "둘 다 한 번쯤 고비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신인인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과 지금 둘을 대하는 상대팀의 수비가 달라졌다. 그래서 이 감독은 질책의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페이스를 잃지 말고 조금씩 더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감독의 핵심 메시지다.

이 감독이 둘에게 강조하는 것은 공 하나를 아낄줄 아는 마인드. 그는 양동근(모비스)을 예로 들었다. "양동근은 공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아낄 줄 안다. 루즈볼이 있으면 슬라이딩을 한다. 연봉 3억 원짜리 선수가 몸을 내던진다.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박찬희와 이정현은 그런 마인드가 부족하다. 적응기를 충분히 줬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걸 스스로 느낄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힘들어질 수 있다. 앞으로 최소 10년 넘게 농구를 해야 할 선수들이다. 마인드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지적이다.
▲ 리빌딩, 멤버 좋다고 다 되나
올 시즌 인삼공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좋은 경기를 하다가도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하위팀들의 필패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다. 인삼공사 구단 관계자도 "승부처에서 선수들이 긴장해서 주눅드는 모습이 보인다. 아직 어려서 그런데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희망 찬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통해 성장을 하는 가운데 양희종 김태술 김일두가 돌아온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들어올 유망주도 있다.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상범 감독은 "20억~30억 원을 들여도 할 수 없는 리빌딩"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낙관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 감독은 "리빌딩이 멤버가 좋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실력과 센스만 갖고 농구를 해서는 안 된다. 기본이 잘 되어 있어야 제대로 된 농구를 할 수 있다. 공 하나를 아끼고, 한 발씩 더 뛰는 부지런한 농구를 해야 한다. 부산 KT가 1위를 하고 울산 모비스가 요즘 잘 나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멤버 구성만 놓고 보면 내년 시즌 적어도 4강 이상 노려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뼈대를 잘 세워야 한다. 이 감독이 마인드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왕 시작한 리빌딩을 제대로, 독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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