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제작사들이 이제 스릴러라면 머리가 지끈지끈한 모양이다.
2008년 영화 ‘추격자’의 흥행 이후에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는 스릴러 장르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짭짤한 흥행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수의 스릴러가 제작됐다.
하지만 이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는 스릴러에 관객들이 질려했고 거기에 더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릴러들이 ‘제2의 추격자’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 기대를 갖고 극장으로 향했던 관객들을 실망시키기까지 했다.

여기에 지난해 영화 ‘이끼’‘아저씨’그리고 연말의 ‘황해’에 이르기까지 완성도가 높은 19금 스릴러들의 핏빛 향연을 온 몸으로 느꼈던 관객들은 이제 잔혹함과 가슴 졸이게 만드는 스릴러 만찬에 “이제 먹을 만큼 다 먹었다”라는 반응이다.
이는 제작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제작사 대표는 “‘추격자’ 이후 스릴러 시나리오만이 편중돼서 많이 들어왔다. 그래도 당시는 스릴러 장르가 흥행이 된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시나리오는 제작 투자가 됐지만 너무 스릴러 시나리오만 몰려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이제 관객들은 스릴러를 웬만하면 안 보고 싶어 한다. 이제 다른 장르의 영화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객들의 기호는 바로 박스오피스 결과로 나타난다. 12세 관람가 등급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와 ‘헬로우 고스트’는 2010년 12월 말에 개봉해 각각 250만,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 ‘메가마인드’는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극장가의 주된 티켓파워를 가지고 있는 층인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이제 스릴러라고 하면 안 보고 싶다.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관객들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은 충무로의 많은 영화인들도 공감하는 바다. 영화 ‘이끼’ 이후 전체관람가 등급의 ‘글러브’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우석 감독은 “‘이끼’를 끝내고 난 이후에 훈훈하고 따듯한 영화를 찍고 싶었다. 제 개인적으로도 그랬고 뒤집어 보면 관객들도 그런 것에 지쳐갈 때인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싶다’라는 것은 이런 영화를 보고 싶다는 것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기호에 꼭 맞춰서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나도 스릴러 장르에 지쳐가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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