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승률 5%…부각되는 대리인 제도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1.21 09: 43

"연봉조정위원회는 양측이 제출한 자료에 근거해 판단한다. 보다 완벽한 자료를 제출한 쪽이 유리하다. 이대호는 롯데보다 자료 제출에서 미흡함이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일 오후 3시부터 열린 이대호와 롯데 사이의 연봉조정위원회에서 6억 3000만원을 주장한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회의에 참석한 이상일 KBO 사무총장, 최원현 KBO 고문변호사,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박노준 SBS 해설위원, 그리고 김종 야구발전위원회 원장은 "양측 모두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롯데측의 주장이 더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결과를 발표한 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회의가 길어진 이유는 의견 조율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회의 참석자 의견이 양쪽으로 갈렸다. 정확히 몇 명으로 나뉘었는지 말할 순 없지만 다수의 의견을 모아 유영구 총재께 보고하자 의견을 수용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연봉조정 판결에서 선수가 승리한 것은 단 1번. 패한 경우는 19번. 선수가 이길 확률은 5%에 불과했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연봉조정위원회에서 선수가 승리하는 경우는 40%에 가깝다. 가까운 일본도 두 자릿수는 된다. 그러나 한국은 한 자릿수다. 그것도 딱 한번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조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소식 전 부회장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연봉조정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출 자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02년 유지현이 유일하게 구단을 상대로 승리했다. 당시 내가 조정위원으로 참석했다. 유지현은 구단보다 완벽한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우리는 선수의 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사무총장도 "작년 이정훈이 연봉조정에서 패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측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선수가 제출한 것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대호 역시 롯데 구단보다 자료에서 미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KBO는 선수 대리인 즉, 에이전트 제도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에 입문해서까지 야구만 했지 서류 작업을 할 기회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리인이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구단보다 완벽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KBO의 주장은 객관적으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왜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선수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나'라는 질문에 KBO는 "오늘까지 총 96건이 연봉조정위원회에 서류로 접수됐고, 최종 판결은 20회, 구단 승리는 19회, 선수는 1회였다. 그러나 조정 과정에서 31건은 선수들의 연봉이 상승됐다"라고 말하며 "이것은 선수가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쪽 편만 든다는 말을 들은 KBO는 억울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KBO는 "과거 또는 타구단에 대한 사례를 일체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다른 팀 선수들의 연봉도 참고한다'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 현실에 맞게 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야구 선수는 정규시즌에 올린 기록이 보고서를 대신한다. 현실적으로 선수가 구단보다 더 나은 자료를 제출하기 힘들다. 현 제도로만 놓고 볼 때 대리인제도가 허용되지 않는 이상 추후 있을 연봉조정위원회에서 선수 측이 승리할 가능성은 5%도 되지 않아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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