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정도에 메이저리그에 승격될 수 있도록 열심히, 그리고 잘 할 것이다".
미국프로야구(MLB)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인 이학주(21)가 올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에 승격돼 '제2의 추신수'가 될 것을 선언했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OSEN 사무실을 방문, 트레이드 직후 심정과 올 시즌 각오를 밝힌 이학주는 "트레이드가 된 만큼 새로운 팀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 새 팀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 그러나 6월에 메이저리그로 승격될 수 있도록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주의 마음을 뛰게 한 '퓨처스 올스타전'
지난해 이학주는 가슴 뛰는 커다란 경험을 했다. 지난 7월 LA 애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 세계팀에 뽑혀 미국팀을 상대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덕분에 그는 미국 진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했다. 이학주는 "퓨처스 올스타전을 통해 어느 자리에 있든지 간에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잘 하는 선수는 열심히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깨달음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이학주는 올스타전 이전까지 2할6푼대 타율을 기록했다. 이미 400타석 이상 들어서 타율을 끌어올리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숙제였다. 그러나 이학주는 퓨처스 올스타전 이후 소속팀에 복귀 타율을 2할9푼5리까지 끌어 올렸다. 이제 안타 2개만 더 치면 3할 등극도 가능했다. 그러나 그 순간 욕심이 몸보다 마음을 앞섰다. 이학주는 "너무 안타, 타율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될 것도 안되더라"며 "비록 시즌 타율은 2할8푼대로 떨어졌지만 올스타전이 나를 동기 부여시켰다"고 만족해했다.
이학주는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 직후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으로 퓨처스에 뽑힌 7명의 동료들과 함께 에이전트사를 직접 방문해 보라스와 만남을 가졌다. 그는 "보라스가 나를 보자 빅 히트(Big Hit)라고 먼저 칭찬해줬다. 그래서 나도 '잘 챙겨달라'고 부탁하자 '알겠다'고 말했다"며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수비가 약점, "수비도 자신 있다"
지난 시즌 이학주는 122경기에서 34개의 실책을 범했다. 수비율도 9할3푼9리로 저조하다. 그러나 그는 "수비는 정말 자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책을 저지르는 이유가 있었다. 이학주는 중계 때 악송구가 많았다. 수비 범위가 너무 넓어 보통 선수들이 잡을 수 없는 안타성 타구까지도 잡아낸다. 안 던지면 내야안타다. 그러나 이학주는 1루에 무리하게 송구한다. 악송구가 나와도 얼굴에는 위축됨이 전혀 없다. 오히려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다. 스카우트들도 "이학주는 실책 숫자는 많지만 약점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수비가 상당히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계기가 있었다. 이학주는 2년전 싱글A에서 수비도중 실책을 저질렀다. 잘 하려는 의욕이 앞섰지만 악송구를 범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동료들에게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닝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와서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감독이 직접 이학주를 불러 "왜 고개를 숙이고 있느냐. 네가 무슨 잘못한 것이 있다고 그러냐. 야구선수가 실책을 저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번 더 실책 후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작은 일 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학주에게는 큰 깨우침의 시간이었다.
▲올 시즌 목표, "6월에 메이저리그 승격되는 것"
이학주는 2월 20일경 미국 플로리다 탬파로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떠난다. 지난해까지는 애리조나 메사로 갔지만 올해부터는 종착지가 달라졌다. 그는 지난 8일 탬파베이와 시카고 컵스 사이에 탬파베이 '15승 투수' 맷 가르자를 포함한 3-5 멀티 트레이드 때 가르자의 반대 급부 중 탬파베이가 원하는 핵심 선수로 지목 받고 팀을 옮기게 됐다.
"(스프링캠프가 열리는)탬파는 처음이다"고 말한 이학주는 "탬파베이 구단 관계자에게는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난 시즌 기록도 이제 의미가 없다"며 "스프링캠프 실력발휘가 가장 중요하다. 이때 잘 하면 지난해 내가 뛰었던 하이 싱글A가 아닌 더 높은 레벨에서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학주는 말만 앞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부터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한국에 입국한 직후부터 안양에서 충암고 1년 후배인 문찬종(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과 함께 체력 단련에 집중하고 있다. "(추)신수형도 고등학교 때 사진을 봤는데 지금처럼 근육질은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으로 건너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고 말한 이학주는 "나 역시도 웨이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학주는 "운도 실력에서 나온다. 1년 전 나랑 스프링 캠프를 함께했던 루이스 카스트로가 컵스 주전 유격수가 됐다"며 "나 역시도 스프링캠프에 모든 걸 걸고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agassi@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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