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한지 1분 만에 블록슛을 하더라".
창원 LG 강을준 감독은 좀처럼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일 원주 동부와 홈경기. 경기 전 LG 강을준 감독은 선수명단을 놓고 코치들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엔트리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고민했다.

강 감독은 이 선수의 가벼운 몸짓에 주목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최고령 선수 이창수(42) 대신 이 선수를 엔트리에 넣었다. 무명 신인 방경수(24·202cm).
그 방경수가 깜짝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 전체 15순위로 LG에 지명된 방경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3경기에서 총 13분 2초를 뛴 것이 고작이었다. 득점은 커녕 슛 시도조차 없었다. 그만큼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방경수는 데뷔 첫 득점을 올리는 등 8분27초 동안 6점 1리바운드 1블록슛을 기록했다. 강을준 감독은 "소금 같은 활약"이라고 평가했다.
6점은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득점이었다. 2쿼터 막판 투입된 방경수는 3쿼터 4분59초께 문태영에게 수비가 집중된 틈을 타 골밑을 파고 들어 가볍게 득점을 올렸다. 프로 데뷔 후 첫 야투 시도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이어 4쿼터에도 전형수·문태영의 패스를 받아 4점을 순식간에 올렸다. 4쿼터 초반 공격이 정체된 상황에서 귀중한 4점을 연속해서 넣으며 동부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득점뿐만이 아니었다. 4쿼터 종료 7분43초를 남기고 박지현의 골밑 돌파를 블록슛하며 동부 공격의 의지를 꺾어놓았다. 결정적인 6점뿐만 아니라 귀중한 블록슛까지 공수 양면에서 피와 살이 되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방경수가 골밑에서 블록슛을 성공시킨 후 동부 공격은 외곽만 겉돌았다. 함부로 골밑을 파고들 수 없었다. 방경수의 결정적 활약으로 LG는 시즌 두 번째 3연승과 함께 5할 승률에 복귀했다.
강을준 감독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전 코치들과 상의를 거듭한 강 감독은 이틀간 방경수의 가벼운 몸 상태를 보고 확신을 가졌다. 과감하게 경기 엔트리에 집어넣었다.
지난달 15일 동부와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방경수를 6분19초밖에 기용하지 않았지만 동부의 공격이 움츠러든 장면이 떠올랐다. 강 감독은 승부처에서 방경수를 중용했고, 방경수는 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강 감독은 "방경수에게 김봉수를 포기하고 상대 골밑 돌파에 대비해 블록슛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지시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방경수가 결정적인 블록슛을 해줬다. 감독으로서 희열을 느꼈다"며 기뻐했다.
방경수가 올린 6점에 대해서도 "1대1로 올린 게 아니라 한 발씩 더 뛰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말 소금 같은 활약이었다. 문태영도 후반에 방경수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너도 나도 주인공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소금 같은 활약을 해야 모두가 산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방경수는 "지금은 식스맨이지만 언젠가는 주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한 경기를 갖고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면서도 "(22일) 전주 KCC전에서는 방경수를 주전으로 한 번 기용해 볼까"라며 웃어보였다. 감독의 주문에 100% 충실한 플레이는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다. 동부전에서 방경수의 플레이가 딱 그랬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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